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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은소리 Oct 04. 2024

닭살루틴

구순, 엄마!


내일 모래 어머니 90세 생신이 돌아온다

연세가 연세 인지라 항상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밤새 안녕하셨는지 문안전화 드리는 게 일상이 되었다.


'엄마 잘 잤어? 아침 드셔야지 힘들게 일하지 마세요~ 어디 아픈데 있으면 곧바로 전화하고 그리고 오늘도 즐겁게 놀아요~ 사랑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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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울애기도 어디 아픈데 없어? 밥 잘 챙겨 먹고 엄마도 사랑한다'


엄마와 나의 이른 아침 "닭살루틴"이다.



그런 호호할머니인  엄마가 올해 들어 2달가량을 심각하게 여기저기 아프셨다. 어쩌면 그 연세에 아프신 게 당연할 수 있지만, 내게 엄마는 아프면 안 되는 존재이다.


이기적 이게도 내가 아플 때 엄마품에 들어가 특유의 푸근한 냄새를 맡으며 안정을 취하고 싶고, 엄마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싫기에 나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어본다.




엄마는 가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소리도 한 번씩 하신다. 배움의 짧은 엄마 아버지가 은근히 무시하셨다 한다. 그게 상처로 남겨지셨는지 자식들 다 성장시킨 후 여기저기 문화센터에 버스 타고 다니시며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셨었다 한시도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은 평생 부지런한 삶을 사셨고,  넉넉하지 못한 시골 생활에 억척같이 살림을 지키시며 자식들을 길러내시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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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온몸이 쑤시고 아프신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언니 오빠가 유별난 효녀 효자이다 보니 일주일이 멀다 하고 시골에 내려가 엄마를 즐겁고 기쁘게 해 드리며 케어를 하고 계시니 내겐  이 얼마나 축복인 동시에 감사한 일인가?


먹고살기 살기 바쁜 내겐 떤 부담도 주기 싫은 언니와 오빠! 그리고 막내인 내겐 엄마는 아무런 불편도 호소하시지 않으시니 더 애달프다.


항상' 너만 안 아프고 건강하면 돼 즐거운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고 살아~ 울애기 사랑한다'

엄마는 늘 똑같은 소리로 당부하신다.


어머니 90세 생신을 맞아

올해는 엄마를 닮은 우직한 장독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한정식 집을 예약해 뒀다.


호호백발 머리 어머니!

엄마에게 있어 (나이가  많은)  나는 여전히 '울애기'이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 곁에  머물러 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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