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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낮은소리 Oct 11. 2024

몰랐다

사과를 좋아하는지


입이 짧다. 어릴 적 어렴풋한 기억엔 달달한 사탕 두 개 이상을  달쳐서 못 먹었다.

도 안 먹어 빼빼 마나를 엄마는 동네 창피하다며 영양제까지 사다 먹였다.

당시엔 자식들이 통통한 게 큰 자랑거리인 시대였다. 

.

변변한 영양제가 없던 70년대엔 "원기소"라는 국민영양제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맛은 은은한 콩가루 맛 비슷했고(?) 알이 동그란 영양제였는데, 아무리 먹어도 식욕이 늘기는커녕  몸무게는 대로, 너무 허약해 비실대고 아프니 부모님 걱정을 많이 시켰다.



그때나 지금이나 먹는 것에 큰 관심 없이  살았다.

차라리 알약하나만 먹어도 살 수 있는 그런 시대를 꿈꾼 적도 있었다.

나를 위해 스스로 특별한 음식을 만들거나 그 외의 과일 등을 사본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서야 나를 돌아보게  계기가 되었다. 이제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트에 장 보러 가면 가족들 먹일 음식재료들만 보였는데 이제는 1순위에 나를 올려놓고

내가 먹을만한  음식과 과일들도 구입한다. 그렇다고 갑자기 없던 식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아니다.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 아닌 소소한 먹거리이다.



얼마 전 커다란 투명 봉지에 담겨있는 빛 좋은 빨간 사과를 사 왔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사과는 비교적 착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고 햇빛에 곱게 물든 사과를 뽀득뽀득 씻어서 식초물에 담갔다가 껍질째 깎아놓고 왔다 갔다 하며 먹었다.


먹다 보니 알았다.

많은 과일 중에 유독 사과를 골라 먹고 있으니 난 무의식 속에 사과를  좋아하고 있었나 보다.

.

을사과!

자연 속 바람과, 햇빛, 농부의 구슬땀으로 달콤한 맛을 오롯이 간직해 채 어느새 내입 속에서 아삭아삭하고 부서진다. 금세  입안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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