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마음 잡화점
05화
몰랐다
사과를 좋아하는지
by
낮은소리
Oct 11. 2024
아래로
입이 짧다
.
어릴 적
어렴풋한 기억엔 달달한 사탕 두 개 이상을 달쳐서 못 먹었다.
하도 안 먹어 빼빼 마른 나를
엄마는 동네 창피하다며 영양제까지 사다 먹였다.
당시엔 자식들이 통통한 게 큰 자랑거리인 시대였다.
.
변변한 영양제가 없던 70년대엔 "원기소"라는 국민영양제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맛은 은은한 콩가루 맛 비슷했고
(?
) 알이 동그란 영양제였는데, 아무리 먹어도 식욕이 늘기는커녕 몸무게는
그
대로, 너무 허약해
비실대고 아프니
부모님 걱정을 많이
시켰다
.
그때나 지금이나 먹는 것에 큰 관심 없이 살았다.
차라리 알약하나만 먹어도 살 수 있는 그런 시대를 꿈꾼 적도 있었다.
나를 위해 스스로 특별한 음식을 만들거나 그 외의
과일 등을
사본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년 전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서야 나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내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트에 장 보러 가면 가족들 먹일 음식재료들만 보였는데
이제는 1순위에 나를
올려놓고
내가 먹을만한 음식과 과일들도
구입한다. 그렇다고 갑자기 없던 식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아니다. 거창하고 특별한 것이 아닌 소소한 먹거리이다.
얼마 전 커다란 투명 봉지에 담겨있는 빛 좋은 빨간 사과를 사 왔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사과는 비교적 착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었고 햇빛에 곱게 물든 사과를 뽀득뽀득 씻어서 식초물에 담갔다가 껍질째 깎아놓고
왔다 갔다
하며
먹었다
.
먹다 보니 알았다.
많은 과일 중에 유독 사과를 골라 먹고 있으니 난 무의식 속에 사과를 좋아하고 있었나 보다.
.
가을사과!
자연 속
바람과, 햇빛, 농부의 구슬땀으로 달콤한 맛을 오롯이 간직해 채 어느새 내입 속에서 아삭아삭하고 부서진다. 금세 입안이 시원해진다~
keyword
과일
사과
영양제
Brunch Book
금요일
연재
연재
마음 잡화점
03
스마트폰 초기화
04
닭살루틴
05
몰랐다
06
다시 세상밖으로
07
잡채처럼
전체 목차 보기
42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낮은소리
직업
프리랜서
이상하고 귀여운 냥이 피터와 보통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구독자
126
제안하기
구독
이전 04화
닭살루틴
다시 세상밖으로
다음 0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