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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력가노루 May 06. 2024

::: 그림쟁이 급식이 샤대 간 썰 <4>


지난 이야기가 멋모르고 선생님 덕질만 해대던 고등학교 입학~1학년의 이야기라면,

이번 이야기는 2학년~대학 입학이라는 그 누구나에게도 시련이었을 고3 수험생활 이야기.


사실 노노루는 학교를 너무 좋아했다.

선망의 대상이 ‘지구과학 선생님’이기도 했지만

과학반 활동을 하고 과학에 진심이 되면서 과학과의 모든 선생님들을 따르게 됐고,

집-학교-학원이라는 단순한 패턴에도 잘 적응했으며,

무엇보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식이 없었다.

공부가 힘들든, 말든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것으로… 남들 다 하니까 하는 것으로…

참 바보 같이 학교를 다녔다.


노노루와 함께 신성여고를 다닌 동기들 중 현역으로 4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는데,

당시로서는 (제주도에 있는 여고 치고) 꽤나 고무적인 결과였다.

그들 사이에 인문반에서 가장 공부를 잘했고, 친하진 않았지만 (아니, 오히려 서로를 싫어했지만)

잠깐 영어 그룹과외도 함께 했던 한 친구는 학교를 무척이나 극혐 했다.

공교육의 한계를 이미 깨우친 성숙한 그 아이를

어린 티 팍팍 내던 노노루는 그저 불평쟁이로만 여겼을 뿐…


2학년 때 과학반 반장으로 최선을 다한 덕분에

과학반의 에이스 선생님을 고3 담임으로 맞이하면서,

‘노노루야. 우리 한 번, 서울대 노려보자. 선생님이 도와줄게’라는 응원의 말과 함께

본격적인 수험생활에 돌입했다.


여전히 그림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잡히지 않는 수학과 화학(고3 담임이 화학 선생님인 게 함정)에 고군분투하고,

포항공대 물리학과 수시에 원서를 냈다가 떨어지고,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이라는 수시 전형

(전국의 모든 학교에게 3~4명의 지원 자격이 주어지는데, 보통은 성적순으로 인문/자연반에서 적절한 인원을 선발한다.)

에 지원하고,

결국 우려한 대로 수능 수학과 화학을 대차게 말아먹으며

수능 최저 기준으로 샤대 지구환경과학부에 입학했다.


더불어 제주도 교육감 추천으로 (‘대장금’으로 불리는) 대통령과학장학생에 선발돼

4년 동안 매 학기 500만 원씩, 4000만 원을 받고 (최저 성적 기준은 넘어야 했다!)

청와대에 방문해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달린 이번 화 댓글 중에,

“샤대 간 썰을 이렇게 담백하게 풀어내시다니, 노노루님 찐이시군요!”

라고 말해주신 분이 계셨다.

공부에 흥미가 생긴 중3 때부터 조금씩 쌓아 올린 노력에 비해

고등학교 과학반에 들어갈 수 있었고,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너무나도 큰 ‘운빨’ 덕분에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건 사실.

(그리고 그 운빨은 15년이 지난 이후에도 유효했다. 자세한 건 나중에…)

하지만 “행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미소를 짓는다.”는 루이 파스퇴르의 진부한 표현이

인생의 진실임을 지금은 절실히 안다.

학교와 선생님이 좋아 즐겁게 학교를 다녔고

하루 하루 해야 할 일을 해나가며 최선을 다한, 소박하지만 꾸준한 노력이 없었다면 얻지 못했을 성취다.

노노루가 입학할 때의 샤대 지구환경과학부에는

목표로 했던 천문학, 대기과학, 지구시스템과학, 해양학이 있었는데

딱히 전공을 나누지 않고 자유롭게 선택하며 듣는 커리큘럼이었다.

천문학과 과학철학을 공부하며 존재의 심연(?)을 탐구하고 싶었던

노노루는, 입학하자마자 큰 위기에 부딪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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