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시 05
산이 가려서 바다를 꿈 꿀 수 없었던 나는 바람을 수정하지 못 한 파도처럼 더 이상
높이 오를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을 가슴에 묻고 암초에 부딪혀 피 흘리는 검은 파도여,
사방을 둘러보지만 아무도 나의 이름 두 글자를 기억해 내지 못하는 이 어둠의 두께
밑으로 손을 넣어 끈적거리는 진흙더미를 더듬어 본다
놓아버릴 수 없는 생명의 끈을 잡고 손끝으로 만져 보는 지느러미와 각질들
그 알지 못하는 언어들만 토해내고 어디론가 달아나버리는 파도
나의 하얀 이마를 밟고 달려오는 밤 바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