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한민족의 시원 북방 15
우리는 잊었다 잊어야만 했다. 날것들은 진실을 외면하지만 장막 속 진실은 기다림의 영웅들이다. 초대받지 않은 날것들의 생애 그 끝은 어디까지일까.
두만강 하류 신발을 벗어들고 얕은 물길을 건너면 습지의 비옥한 땅, 달미의 녹둔도에서 논밭을 일구며 연자방아를 돌리고,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만들어내던 선조들의 풍요로운 일상. 포시에트 항구의 해류를 따라 솔빈 강을 거슬러 대륙으로 진출하던 발해인들, 달미 앞바다에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후르겔므섬은 옛 선조
들의 등대지기였고, 발해의 항로였으며 조선의 관문이었다지요.
선조들이 터전을 가꾸며 살았던 흔적들, 검은빛이 되살아난 고구려 양식의 발해 토기, 조개무지 놋숟가락 가마솥 장신구들. 천 삼백여년 바다 속에 잠들었던 돌 닻, 해류의 생태와 스산한 갈대의 바람소리, 달미호수에 내려앉은 달빛 여전한데 격동의 세월이 빚은 장고봉전투로* 사라진 하산의 옛 이름 달미.
*1938년 소련과 일본 간의 전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