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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끼미 Aug 06. 2024

두부의 달콤한 변신, 또우화(豆花)

대만이 사랑하는 국민 간식

대만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며 1년 동안 살았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대만 각지를 돌아다니며 먹어본 대만의 로컬 음식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만에 먹으러 왔습니다>의 첫 번째 음식은

제가 대만에서 제일 많이 먹은, 대만 사람들이 사랑하는 국민 간식 '또우화(豆花)‘입니다.




또우화(豆花)란?


'또우화(豆花)'는 '부드러운 두부에 여러 가지 달콤한 토핑을 곁들인 음식'이에요.


타오위안 공항에서 먹은 또우화


또우화는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메주콩이라고도 하는 노란 콩(黃豆)을 이용해서 만드는 일종의 두부예요. 중국 본토에서는 또우화를 짭짤하게 또는 매콤하게 요리해서 밥과 같이 먹는 대요. 우리나라의 순두부찌개처럼요. 


반면 대만의 또우화는 '달콤한 또우화(甜豆花)'라고 불러요. 연두부 위에 팥이나 펄(쩐쭈), 당에 절인 고구마 등 달달한 토핑을 올려 먹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만 사람들은 또우화를 식사보다는 '간식'으로 즐겨 먹어요. 주로 오후 2~3시쯤 배가 출출할 때 먹거나 저녁 식사 후에 디저트로 많이 먹어요.


'달콤한 두부'라니, 상상이 안 되는 맛이죠. 저도 그랬답니다. 하지만 막상 또우화를 먹어보면 생각만큼 두부의 콩 맛이 강하게 느껴지진 않아요. 같이 먹는 토핑들의 맛이 강하다 보니 두부 맛은 은은하게 느껴지는 정도예요. 그래서 두부를 좋아하지 않아도 대만의 또우화는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답니다.




 또우화의 종류

 

대만에서 파는 또우화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요. 크게 또우화에 무엇을 곁들여 먹는지, 또우화의 식감이 어떤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어요.



설탕물(糖水) 또우화 vs. 또우장(豆漿) 또우화


설탕물 또우화(糖水 豆花)는 말 그대로 설탕물을 부어 먹는 또우화로, 이때 말하는 설탕물은 흑설탕(黑糖) 물을 의미해요. 대만이 흑당 버블티로 유명한 데서 알 수 있듯 대만에서는 흑설탕을 많이 사용하는데, 흑설탕물을 부어 먹는 이 설탕물 또우화가 대만의 전통적인 또우화예요. 설탕물 또우화는 흑설탕을 사용해서 흑당의 은은한 단맛과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또우화에 곁들여 먹는 토핑들이 설탕에 절인 것들이 많아 설탕물 또우화는 어떤 토핑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너무 달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흑설탕물 베이스의 전통 또우화



그래서 저는 설탕물 또우화보다는 달지 않은 또우장 또우화를 좋아해요. 또우장 또우화(豆漿 豆花)는 흑설탕물 대신 콩물인 또우장(豆漿)을 부어 먹는 또우화로, 대만의 자이(嘉義)라는 도시에서 시작된 최신 스타일의 또우화예요. 콩으로 만든 두부인 또우화에 콩물인 또우장을 함께 먹는, 그야말로 단백질 가득하고 건강한 디저트라고 할 수 있어요. 아까 말했듯이 또우화의 토핑들이 대체로 달달한 편인데,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단맛이 거의 없는 또우장을 부어주기 때문에 담백한 또우장과 또우화, 달달한 토핑을 함께 떠먹으면 적당하게 기분 좋은 단맛을 맛볼 수 있어요.


콩물 베이스의 또우장 또우화

대만 사람들 사이에서도 또우화에 설탕물을 부어 먹느냐 또우장을 부어 먹느냐를 두고 논쟁이 있어요. 전통을 따라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덜 달고 칼로리가 낮은 또우장 또우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해요. 설탕물 또우화와 또우장 또우화, 둘 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니 대만에 가신다면 두 가지 다 먹어보고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전통 또우화 vs. 푸딩 또우화


또우화는 식감에 따라서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먼저 전통 또우화(傳統 豆花)는 고대 또우화(古代 豆花)라고도 하는데, 조금 단단한 식감이 특징이에요. 콩물에 석고나 염수, 고구마 전분을 넣어 굳힌 것으로, 이 방식이 전통적인 또우화 제작 방식이라고 해요. 맛 차원에서도 조금 더 진한 콩 맛을 느낄 수 있어요. 또우화 가게 간판에 '傳統'이나 '古代'라는 한자가 적혀 있으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또우화를 파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좌) 단단한 질감의 전통 또우화   /   (우) 부드러운 질감의 푸딩 또우화 (출처: 活水食品)


부드러운 식감을 원한다면 푸딩 또우화(布丁 豆花)를 추천해요. 젤라틴 등을 이용해서 콩물을 굳히는 푸딩 또우화는 말 그대로 푸딩처럼 후루룩 하고 넘어가는 아주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계란이나 초코 등을 첨가해서 다양한 색과 맛을 낸 삼색 또우화도 사랑받고 있어요. 




무슨 토핑을 먹을까?



제가 또우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정말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원하는 토핑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보통 또우화는 단독으로 먹기보다는 2~4개 정도의 토핑을 곁들여 먹어요. 어떤 토핑을 곁들이느냐에 따라 또우화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먹을 때마다 다른 또우화를 먹을 수 있어요. 가게마다 토핑의 종류도, 맛도 다 달라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가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최소 10개 이상의 토핑이 준비되어 있는데, 제가 좋아하는 토핑 몇 가지를 추천해 드릴게요!


타로볼(芋圓) 또는 고구마볼(地瓜圓) : 쫄깃쫄깃 쫀득쫀득 그 잡체!

○ 땅콩(花生) : 고소함의 극강! 횟집 밑반찬으로 나오는 그 물컹한 땅콩과 달라요!

○ 타로(芋頭) : 구황작물 러버라면 추천! 만약 가게에 타로 무스(芋泥)가 있다면 무조건 시키세요!

팥(紅豆) 또는 녹두(綠豆) : 아는 그 맛! 달달한 맛을 더해줘요

율무(薏仁) : 오독오독한 식감과 구수한 맛이 매력적이에요

산초(仙草) : 독특한 향의 까만 젤리. 대만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토핑이에요.




추천하는 또우화 가게


타이베이의 '陳家剉冰'


제 최애 또우화 가게예요. 대만에서 먹은 23그릇의 또우화 중에서 7그릇이 이 집의 또우화일 만큼 제일 좋아해요. 갈 때마다 줄 서서 사먹을 만큼 대만 사람들도 좋아하는 또우화 가게랍니다. 이 집의 또우화는 콩물을 부어 주는 또우장 또우화인데, 또우장이 아주 은은하게 달아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요. 토핑 종류도 다양한데 하나 같이 다 맛있어요. 무엇보다 이 집은 살짝 살얼음 낀 또우장을 부어 줘서 빙수 먹는 것처럼 아주 시원한 또우화를 먹을 수 있어요. 위치도 온천으로 유명한 베이터우역 인근에 있어서 따끈하게 온천을 즐긴 후 시원한 또우화 한 그릇 하는 코스를 추천해요.

陳家剉冰의 또우화




이란의 '原來豆花'


고소하고 진한 콩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또우화 가게예요. 이곳의 또우화는 설탕물 또우화인데, 슬러시처럼 얼린 흑설탕물이라 끝까지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이 집의 가장 독특한 점은 토핑을 예쁜 그릇에 따로 담아 준다는 점이에요. 이란에 여행을 가신다면 맛도 좋고 사진 찍기도 딱 좋은 이 집의 또우화를 추천드려요.

原來豆花의 또우화




타이난의 '同記安平豆花'


미식의 고장 타이난에서 가장 유명하고 역사 깊은 또우화 가게예요. 이곳은 다른 데서는 보기 힘든, 검은콩으로 만든 흑또우화(黑豆花)를 팔고 있어요. 앞에서 소개한 두 집보다는 비교적 소박한 또우화이지만, 그만큼 전통적인 스타일의 또우화를 맛볼 수 있어요. 타이난의 유명 관광지와도 가까우니 타이난 구경하다 한 번쯤 들려서 먹어보기 좋아요.

同記安平豆花의 흑또우화(黑豆花)




소개한 가게들 말고도 대만에는 맛있는 또우화 가게들이 정말 많답니다.

대만으로 여행 가신다면 꼭! 한 번쯤은 또우화를 드셔보시기를 추천드려요.

대만 사람들이 또우화를 사랑하는 이유를 아실 수 있을 거예요!




※ 참고자료

https://health.udn.com/health/story/6036/4855177

https://woman.udn.com/woman/story/123162/768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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