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워홀 생활기 시즌4#30
내 대만 워홀은 실패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취직도 못 했고, 중국어는 배우다 말았고, 친구도 몇 명 못 사귀었다.
대만 남자와의 연애나 결혼은 어림도 없었고,
덥고 춥고 비 오고 외로워서 우울증만 더 심해졌다.
워홀이 내 인생을 바꿔주지도 않았다.
미래는 여전히 막막했고, 집안 분위기는 더 엉망이었으며,
나의 소심하고 쪼잔하고 이기적인 성격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가끔 대만 친구들과 연락하는 것 외에는.
하지만 내 대만 워홀은 성공했다.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었던 대만에서 일 년을 살았고,
육교 위에서 뛰어내리려 했던 내가 사는 즐거움을 되찾았으며,
죽기 전 마지막으로 살러 간 그곳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왔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대만 워홀은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중국어보다 더 소중한 교훈을 배우기도 했다.
꼭 뭔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그냥 살기만 해도 된다는 것,
이러나저러나 시간은 흘러간다는 것,
그러니 방구석에서 혼자 울 시간에 달콤한 또우화 먹으러 가는 게 낫다는 것.
그것이 대만에서 배운, 아무것도 아니면서 전부인 인생이었다.
2021년 5월 7일에 시작해 2022년 4월 23일에 끝난, 351일간의 대만 워킹 홀리데이.
코로나 사태로 더 쉽지 않았던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름다운 경치와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 대만,
그곳에서 만난 다정한 사람들 그리고 한국에서 응원해 준 사람들 덕분이었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대만에서 잘 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끼미입니다.
<대만에 살러 갔습니다>가 드디어 에필로그로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시즌 1의 첫 글을 올렸던 게 2024년 7월 29일이었으니
이 에필로그를 올리기까지 일 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대만에서 살았던 기간보다 더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붙잡고 있으면서
'내가 지금 이걸 왜 쓰고 있지?'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쓸 수 있었던 건
그때의 저와 같은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워홀 후기는 이렇지 않았는데 내 워홀은 왜 이럴까?',
이런 마음에 있으신 분들에게 저의 대만 워홀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무도 없는 우주에서 혼자 떠들고 있는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어디선가 듣고 있을 여러분을 상상하며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잘 쓰고, 잘 살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