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처음은 있었을 테지
“운동 좀 해보는 게 어때?”
집에만 있고 수다 모임이나 독서, 글쓰기 모임 말고는 당최 움직이지 않는 내게 남편이 제안했다.
“우리 회사에 줌바 동아리가 있는데, 재밌대. 가족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데?”
“불편해. 당신 회사 직원들이랑 하라고?”
남편은 몇 날, 며칠 졸라대듯 권유했다. 탐탁지 않았다. 남이 시키는 일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산책 가는 날도 줄고 소화력도 떨어지고 살이 좀 붙는다는 느낌이 들던 참이었다.
“지금 자리가 하나 빈다는데, 해볼래?”
억지로 떠밀려 가는 느낌이 강했다.
“비싸지 않아? 얼만데?”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복지 혜택이라 아주 저렴해.”
“음... 그럼 해볼까?”
“내가 신청한다~”
그렇게 줌바 첫 수업에 들어갔다. 키가 크고 늘씬한 강사님과 밝고 생기가 도는 회원들이 반겨주었다. 몸에 딱 붙는 타이즈를 입고 당당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몸은 탄탄하고 활력이 넘쳐흘렀다. 대충 집에서 입는 편한 옷을 주워 입고 간 나는 추레해 보일까 하는 걱정과 부끄러움, 어색함으로 몸 둘 바를 몰랐다.
잠시 후, 몸풀기가 시작되었다.
우아한 스트레칭과 호흡을 가다듬는 동작들이다. 평소 잘 움직이지 않던 근육들을 늘리고 관절의 일상 각도를 넘어 최대로 뻗고 찢는다. 시원하다. 아니 아프다.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본격적인 줌바 댄스에 앞서 강사님이 준비운동을 시작했다. 적당한 템포의 음악에 간단하고 단순한 동작들이 반복됐다. 15분을 움직이고 났더니 얼굴과 목에 열기가 만져진다. 몸에 열을 지피는 느낌이었다. 웜업이 제대로 되었다.
‘어? 할 만 한데?’라고 생각했을 때, 본 수업이 시작되었다.
강렬하고 빠른 템포의 음악이 쿵쾅거리고 강사님의 멋진 동작이 절도 있고 리드미컬하게 휘몰아쳤다. 리듬과 동작들이 딱딱 들어맞고 회원들도 그녀를 따라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인다. 와~ 이걸 따라 하라고? 첫 수업이라고 천천히 한다거나 순서를 가르쳐 준다거나 하는 배려는 없었다.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강도의 줌바 댄스가 후다다닥 번개처럼 지나갔다.
쭈뼛쭈뼛 작은 움직임으로 비슷하게 따라 해 보지만, 어설프고 박자가 한참 늦다. 어느새 강사님은 다른 동작을 하고 있다. 너무 빠르다. 1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십 분의 일도 따라 하지 못하고 헤맸다.
하지만, 신세계를 본 듯 나는 줌바 댄스의 매력에 단숨에 빠져버렸다. 남편의 권유에 억지로 끌려간 느낌은 온데간데없이 혼자 속으로 흥겨웠다. 흥미가 생기고 궁금해졌다. 회원들은 얼마나 오래 하신 걸까?
“저는 1년 좀 넘었어요.”
“난 3년인가? 4년인가?”
“이분은 10Kg 이상 살을 뺐잖아요.”
구슬 같은 땀방울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온몸에 땀을 매달고 고수 회원들이 땀을 닦으며 말했다. 누구든 처음은 있었을 테지. 살도 빠진다니, 더욱 구미가 당겼다.
숨을 가다듬고 마무리 운동을 하면서 생각했다. 남편 덕분에 줌바 댄스의 신세계를 알았다고. 억지로 시키는 것도 해볼 만하다고. 전혀 모르는 세계에 입문하는 좋은 동기가 되었다고.
요즘 열정이 사라지고 자꾸만 식어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신나는 음악도 좋고 폭풍 같은 움직임도 좋고 어린아이처럼 한껏 방방 뛰는 것도 좋았다. 속이 다 후련했다. 심장이 쿵쿵대는 그 느낌이 제일 좋았다. 잘 모르는 음악들마저 나를 사로잡았다. 잘하고 싶어졌다.
유튜브를 보며 나머지 공부를 했다. 줌바의 기본 동작과 스텝, 팔동작들을 익히고 갔더니 따라 하기가 훨씬 쉬웠다. 한 곡에 같은 동작, 비슷한 동작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배우기 어렵지 않았다. 새 곡을 배울 때는 하나하나 동작을 설명해 주신다. 이렇게 배운 곡은 더 잘 기억한다. 앞에 강사님이 있어 따라 하면 되고 틀려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웃음을 준다. 한 시간 동안 땀에 흠뻑 젖고 나면 뿌듯함과 이름 모를 열정이 돋아나는 것 같다.
줌바를 한 지 거의 2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제 곧잘 따라 한다. 그런데 동작을 외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강사님을 보며 겨우겨우 따라 하는 수준이다. 고수 같았던 언니 회원들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내고 있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자신의 건강 조건에 맞게 따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과격해 보일 만큼 빠른 동작들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렵고 절대 안 되는 동작들이 꽤 있다.
사실 강사님의 왼쪽 발목에는 항상 붕대가 감겨 있다. 때론 어깨와 등에 부항을 뜬 자국이 선명할 때도 있다. 뭐든 쉬운 일은 없나 보다. 매번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시는 강사님이 존경스럽다. 살이 빠지길 기대했던 나는 소화력이 증진되어 오히려 몸무게가 늘었다. 운동을 하면서 식이요법을 병행했어야 한단다. 자꾸 입맛이 당기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몸무게는 늘었지만, 오히려 탄력이 생겨 남편은 더 좋단다. 근육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그동안 배운 곡이 얼마나 많은지 셀 수가 없다. 그런데 강사님은 랜덤으로 나오는 음악에 무조건 동작을 시작하신다. 그걸 다 어떻게 기억하시지? 고전무용을 전공하셨다는 강사님은 라인댄스, 줌바 댄스 강사로 활약 중이다. 너무 대단하다. 우리 강사님은 타고났다. 물론 부단한 노력도 있었을 것이다.
난 둘째와 셋째 아들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우리 아들들도 강사님처럼 신체활동으로 배우는 일(기타, 노래, 축구, 농구…)을 더 잘할 텐데. 하기 싫은 공부를 붙잡고 있느라 어쩐지 짠했다.
입시경쟁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할 수는 없는 건가. 이건 엄마로서 답답하고 보기 안쓰러워 드는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안 하고 싶던 일에서도 흥미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줌바 댄스를 통해 손수 느끼지 않았던가.
<<전직 물리치료사로서 줌바를 하며 느낀 점을 공유한다.>>
1. 줌바는 척추와 골반 운동에 탁월하다.
S자 모양의 척추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유연하게 요염하게 움직이는 동작들이 많다. 척추 마디마디를 자극한다. 그리고 골반은 여러 방향으로 사정없이 흔들어야 하기 때문에 척추와 골반 운동에 최고다.
우리는 일상이나 일터에서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다. 척추 옆에 붙은 근육과 인대는 스트레스를 받을 뿐만 아니라 움직임이 적다.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은 약해진다. 갑자기 무거운 것을 들다 삐끗하기 십상이다. 줌바 댄스는 목, 흉부, 허리, 꼬리뼈까지 척추 옆 근육들을 움직인다. 스트레칭과 동작의 반복으로 근육을 저강도로 강화시킨다. 특히 근육의 파워보다 지구력을 향상시킨다 일상생활에서는 근육의 지구력이 더 중요하다.
2. 잘 안 쓰는 내측 근육들이 차오른다.
줌바를 하고 가장 좋았던 점은 잘 안 쓰는 견갑골 내측(날개 죽지 안쪽) 근육과 대퇴부 내전근(허벅지 안쪽)이 차올랐다는 것이다. 팔뚝은 원래 두꺼웠지만 그냥 살이고 근육은 없었다. 차차 탄력이 떨어지고 처질 일만 남았었다. 허벅지 안쪽 근육은 걷기만으로 강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줌바의 기본 스텝만으로 대퇴부 내전근들이 차올라 탱탱해졌다. 게다가 어깨와 팔동작이 많아서 어깨 근육과 견갑골 내측 근육이 탱탱해진다.
3. 음악이 신나서 기분이 좋아지고 없던 열정과 생기가 돋아난다.
가끔이지만, 하루 종일 글 쓴다고 컴퓨터 앞에 여섯 시간 이상 앉아 있다 보면 온몸이 뻐근해진다. 목과 허리는 뻣뻣해지고 팔과 어깨는 안으로 굽고 그 자리에 굳는다. 이따금씩 팔을 올려보지만, 한두 번으로 부족하다.
저녁에 줌바가 있으면 타이즈 입고 발랄하게 외출한다. 바깥바람을 쐬며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는 것만으로 기분은 이미 좋아진다. 거기다 한바탕 뛰고 나면 그렇게 개운하고 후련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웅크리고 있던 자세를 펴고 머리 위로, 어깨 뒤로 어깨와 팔을 쭉쭉 뻗어 젖히는 동작을 하면서 내게도 이런 근육들이 있었구나. 새삼 느낀다. 약간의 찌릿한 통증과 함께 쾌감이 느껴진다.
이상 줌바의 효능이었습니다!
※ 주의 ※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노약자는 부상의 위험이 있고 발목, 무릎에 특히 무리가 갈 수 있음!
식이요법과 병해해야 체중 감소를 맛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