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52. 친구야, 템플스테이 좋지

by 송유성

친구와 템플스테이를 왔다.

저녁 공양을 먹는 데 공양밥 말고도 간장향이 진한 온메밀국수를 한 그릇 더 주셨다. 주신 것이 감사해 친구와 나는 둘 다 열심히 먹었다. 절에서 도시에서보다 더 배부르게 저녁을 먹었다. 욕망을 내려놓으러 왔는데 음식량이 넘쳤다. 배가 불러서 한참 산책하다가 달리기를 하는 친구에게

‘야, 내일 새벽 예불하고 뛸래.’

‘그 시간이면 깜깜해서 발도 안 보여.’

라는 대화를 해서 좋다.

저녁 예불 후에 각자 쉬다가 차실에 가니 친구가 드러누워 책을 읽고 있어서 시집을 한 권 가져와 옆에서 같이 읽었다. 그러다가 내가 ‘나는 애인이 너무 빨리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근데 일 년 동안 안 할 순 없잖아.’ ‘그러면 사랑한다는 말은 어느 때 하는 것이 적정하니.’ 하고 사랑의 고백 시기에 대한 아젠다를 친구와 시덥잖게 논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 또 어, 나 이거 가서 글로 써야겠어. 안녕. 하고 방으로 돌아와 뭐든 자세히 보고 쓰는 내가 제일 좋다.

keyword
이전 18화# 51. 내가 추구하는 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