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요 Sep 22. 2024

어느 것도 억울하지 않아서 무탈합니다

오래 조린 단밤처럼 작아지려고 나를 뭉근하게 오래 끓였습니다. 그럴수록 자꾸 도드라지는 줄도 모르고. 흘린 눈물을 모아 비커에 담아 그 시대 청춘들의 평균을 내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나는 많은 수의 비커가 상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짐짓 우쭐해 보인 적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요가 수련을 하면서 몇 번의 울음을 참았습니다. 몇 개의 아사나에 조금 더 접근하게 된 오늘이었는데 왜 눈물이 자꾸 차올랐을까요. 나는 선생님이 해주신 말에도 쉬이 마음을 주었습니다. 나를 믿으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작게 틀어진 클래식, 그리고 어두운 수련실 안에서 시간에 끌려가듯 살았던 나를 생각하다가 울음을 참아냅니다. 차라리 삶을 내던져 보니 어느새 삶이 가만히 곁에 앉아있습니다. 나는 지금 어느 것도 억울하지 않아서 무탈합니다.      



요가는 멋진 몸매나 다이어트 혹은 대단한 활력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요가는 정신적 해방을 위해 자기 몸을 이용하여 깨달음을 얻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가를 하다 보면 때로는 욕심이 생깁니다. 요가에는 많은 아사나가 있고 그런 아사나들을 해내기 위해서는 근력과 유연성 그리고 인내를 요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입니다. 조바심을 내고 접근하다간 다칠 수도 있습니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체감’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복기합니다. 부상은 아사나가 잘 되고 있다고 자만할 때 나를 덮쳤습니다. 부상으로 인해 수련하지 못하고 다시 회복했을 때 나는 몇 달 전의 몸으로 돌아가 있음을 느낍니다. 더 많은 것들을 해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느리더라도 지속해서 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삶을 살아내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쉽지 않은 삶을 지나온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 삶에 충만할 수 있게 된 것도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여겨질 만큼의 고난이 내 삶에 존재했습니다. 오늘 요가를 하면서 왜 그렇게 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나를, 어쩌면 정말 잘 데리고 살아가고 있다는 ‘체득’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매일 수련을 하면서 신체적으로 그리 타고나지 않은 몸을 가지고 애를 씁니다. 가만히 있어도 무더웠던 여름을 지나서 날이 선선해졌음에도 나는 아직도 수련 중에는 팥죽 같은 땀을 뚝뚝 흘립니다. 오늘도 혼자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수련하고 있자니, 선생님께서 “송 선생님이 우리 분량만큼의 애를 써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다들 자못 웃었습니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을 내가 몸으로 느끼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제일 잔인한 행동은 자신을 버리는 것입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도록. 분리수거도 하지 못할 만큼 뒤섞인 감정을 가지고 방안에만 오도카니 누워 생이 끝나길 바랐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내가 요가를 통해 나의 신체를 오롯이 느끼며 수련하고 산을 뛰어다니면서 흘리는 땀으로 삶의 벅참을 느낍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남아 있습니다. 막막한 마음이 어느새 말랑해져 지나간 소꿉친구가 되고 외로움에 몸서리쳤던 나는 조그맣게 어려졌습니다. 나의 모든 미숙함을 여전히 데리고 살아가야겠지만 나는 어느새 조금 자라 나를 업고 나아갈 정도의 힘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5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낫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때는 또 그만큼의 감정을 폭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젊은 내가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 힘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화려한 꽃밭에 있다는 명백함보다 진흙 속에서도 내 손으로 꽃을 틔울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작게나마 나를 믿어보는 연습을 해봅니다.      



잘 버텨내었다고. 거짓말처럼 내 삶의 발목에도 작은 맨드라미가 피었다고. 

이전 03화 멋없는 나랑 마주 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