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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하글 Sep 13. 2024

너의 바다는 아직 잠겨 죽기 좋은 어둠이니

사람을 사랑을 잃은 사람에게

너의 바다는 아직 잠겨 죽기 좋은 어둠이니


네가 없는 세상은 꽤나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모두들 언제나 그랬듯이 잠을 자고 밥을 먹고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 그렇게 묻어두고 사나 봐 하늘은 늘 그래 맑았다가 흐렸다가 가끔 네가 좋아하는 비도 내리고 네가 좋아하던 그 바다도 여전히 그곳에 있어 파도가 밀려와 누군가의 발을 적시기도 하고 수많은 생물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주며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잠겨죽기 좋은 어둠이 되기도 하면서 말이야. 네가 남기고 간 모든 것들은 하나밖에 없는 유일함이 되었어 누구도 그것을 함부로 하지 않아 이 세상에서 네 온기가 남아있는 유일한 물건들이니까


어느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네 목소리와 너의 웃는 모습은 많은 사람의 가슴을 후벼파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원망하게 만들어 이 모든 이야기는 그냥 네가 없는 우리의 삶이야 이 세상은 변함이 없지만 네가 없어진 삶을 사는 사람들은 마음에 구멍이 하나씩 생겨선 이따금씩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멍해지곤 해 가끔 찾아와줘 비가 되어 내리거나 바람이 되어 머리칼을 스치거나 눈이 되어 지붕 위에 쌓이거나 꽃잎이 되어 흩날리거나 별이 되어 반짝이거나 그 무엇으로든 말이야


사람을 사랑을 잃은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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