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이 창문 너머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방 안 가득히 번지는 부드러운 빛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창문 가까이 다가갔다. 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바깥 공기가 얼굴에 닿았고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폐 안으로 퍼지는 서늘한 공기가 묘하게 심장을 울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 순간 심장이 툭 하고 바닥으로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아, 네가 다시 찾아왔구나.’
그러니까 이 계절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네가 이렇게 내게 다시 돌아온 거구나. 차갑지만 투명하게 맑은 공기와 어디선가 감도는 묵직한 고요함 이 모든 것이 너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 계절은 유난히 오래도록 나를 괴롭히는구나 내 손에 들린 따뜻한 커피가 어쩐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너와 함께했던 계절이 떠올랐다. 너는 항상 이맘때를 좋아했으니까,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피어나는 생기를 이야기하며 낙엽이 떨어지는 풍경을 창가에 기대 바라보던 너의 모습이 선명히 떠오른다.
함께 걷던 거리는 어느새 쓸쓸한 모습으로 변해서 우리의 발자국은 낙엽에 덮여 사라졌다. 춥다는 날씨 예보를 들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을 열고 맞이한 바람에 담긴 그 차가움은 나를 순식간에 네가 남긴 기억으로 데려갔다. 창밖의 풍경도 내 숨결로 뿌옇게 흐려지는 창문도 모두 네가 남긴 흔적처럼 느껴졌다. 그리움은 마치 아침의 차가운 공기처럼 숨을 들이마실수록 깊게 스며들었다. 계절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네가 남긴 흔적은 여전히 여기 남아 있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그날의 창가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를 기다리며, 혹은 너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