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에서
나는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그렇게 믿지 않았다. 공부도 하고 싶을 때 마음껏 하며 되지 않나 생각을 했다. 실제로 나이 들어 공부해서 큰 업적을 이룬 위인들을 종종 신문이나 책에서 볼 때 이런 내 입장을 합리화했다. 나는 마흔 살이 넘어 대학원에 입학했다. 물론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원이여 나이 든 분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내 동기 중에서는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았다. 남자는 30대 중반이, 여자는 30대 초가 제일 많았다. 회사에서 5-7년 정도 경력을 쌓고, 배움에 목말라 혹은 경력의 변화를 위해 입학을 한 경우가 많았다. 나름 공부를 좋아하고 잘한다 생각하는데, 쉽지 않았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생각이 빨리빨리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큰 어려움 공부의 절대량 부족이다. 일단, 체력이 안 된다. 오래 앉아 공부하는 게 힘이 든다. 혹시나 오버페이스로 밤늦게까지 하면 다음날 회사 생활 자체가 힘이 들었다. 나는 밤 11시를 넘으면 다음날 생활 자체가 어려웠다. 그때 다시 한번 느꼈다. 공부에는 때가 있는 거라고.
직업을 얻기 위해 하는 공부라면 30살 이전에는 멈추는 것을 권한다. 다른 모든 이유들은 차치하고, 체력이 힘들다. 서른 이후는 일을 하면서 필요한 것을 배워가는 때인 듯하다. 대신 그 나이 전까지는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몰입해서 깊이 파도 좋다 생각이 든다. 자격증을 따든 고시를 공부하든 상관없다. 무엇이든 하나의 전문가가 되면 다른 것을 할 때 쉽다. 문제를 푸는 방식을 아는 것과 같다.
혹시나 일을 빨리 하게 되어 대학에 못 가게 된 경우라도 공부는 계속하기를 권한다. 이 말이 꼭 대학에 가라는 말은 아니다. 학교에 안 가도 공부할 방법은 많다. 다만, 주위의 편견은 네가 이겨내야 한다. 이미 대학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주변의 눈에 초탈할 능력이 필요하다. 아니면, 압도할 만한 사회적 성취를 만들어 내면 이런 편견도 없다. 하지만, 소위 대단하지 않은 대학 간판을 보며 계속 주눅 들거나 창피할 생각이 있다면, 좀 뒤에라도 대학에 가기를 권한다. 일 하면서 대학을 다닐 곳도 찾으면 많이 있다. 평생을 괜히 위축되어 살기에는 네 인생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