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행

by 뜰에바다

1세기의 예수를 지금 직접 만난다면,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까? 몇 년 전, 《주님을 만나는 기쁨》 (켄 가이어. 김현희 역. 디모데, 2017)을 읽으면서 복음서의 예수를 만나는 사건에 그토록 찬란하고 아름다운 여백이 있음을 보고 크게 감탄한 적이 있다. 장애인, 세리, 창녀, 어부, 이방인, 귀신 들린 자, 바리새인, 범죄자 등등이 예수를 만나면서 예수와 함께 나누었던 순간들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매우 섬세하게 포착했기 때문이다.

복음서에서 예수를 만나 문제를 해결했던 사람들은 모두 영혼의 깊은 곳에 결핍과 갈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지 예수를 만나면 180도 달라졌다. 예수에게는 어떤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한 인생의 문제를 풀 열쇠가 있기 때문이다. 예수의 공감과 긍휼함, 이지적인 대화, 의로운 분노 등등이 갈증의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끌었다. 그것은 21세기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진행형이다. 나도 목마른 중에 복음서의 그들 이상으로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누렸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노진선 역. 민음사, 2006/2017)는 엘리자베스 길버트(미국, 1969~ )의 자전적 힐링 에세이다. 2010년 영화로 만들어져서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었다. 그 후편은 《결혼해도 괜찮아》 (노진선 역. 솟을북, 2010)이다. 여러분도 읽어보았을 것이다.

주인공은 작가요, 언론인으로서 완벽한 남편과 맨해튼에 큰집까지 가진 30대 여성이다. 그럼에도 내면 깊숙한 곳에는 화려하고 멋진 집을 누리는 생활, 임신을 해야 할지 말지 갈등하는 자신의 삶이 갑자기 낯설었다. 인생이라면 누구나 던지는 질문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고민 중에 욕실에서 신에게 기도하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하여 이혼을 선언하고, 1년간 자기 발견을 위한 여행을 떠난다.


1장은, '쾌락 추구'에 대한 36개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첫 여행지 이탈리아 로마와 나폴리에서 음식 먹는 즐거움과 이탈리아 언어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2장은, '신앙 추구'에 관한 36개의 이야기다. 둘째 여행지 인도의 아쉬람(명상 요가원)에서 요가와 명상을 접하며 평화를 경험한다. (그녀가 예수에게서 평화를 얻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그녀가 얻은 안식이 현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원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3장은, '균형 추구'에 대한 36개의 이야기다. 셋째 여행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여유를 가지며, 자기 인생의 균형을 잡고, 새로운 사랑에 도전한다.

이 책이 장기 해외여행 붐을 일으켰는지, 장기 여행 붐이 이 책을 유명하게 했는지 모를 만큼, 이 책은 출간 이후 세계 여성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여 지금도 젊은이들이 사색과 성찰을 담은 장기 여행을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공유하고, 실행할 정도다.


지난 4~6월에 걸쳐서 꼭 두 달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온 절친이 800km 대장정 중 한날의 기록을 보내왔다.

정상에 올라와 내려다보니, 내가 머물렀던 마을과 올라온 길과 넓은 들판이 병풍처럼 펼쳐졌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올라온 길만큼 내려가는 길은 가팔랐다. 잠깐 지체한 후 지그재그로 조심조심 내려가면서 다시 드넓은 평원에 한걸음을 내디뎠다. 그때, 거기 대 자연 속, 파란 하늘, 시편 23편이 떠오르는 광활한 그곳에 주님이 계셨다. 꿈인지 생시인지 순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죄인입니다'라는 말 밖에는. 이어 소리 내어 주님을 찬양했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 '모든 것이 은혜' '나의 영원하신 기업'. 이 길을 걸으며 주님을 만나고 싶다고 소망했는데, 주님이 와 주신 것이 벅차서 찬양하면서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중략)"

"눈물 나고 어느 때보다 기쁨이 충만했는데, 주님의 응답이었을까?"

“당근이지. 너는 매일 걷느라고 힘들어서 때로 주님을 생각할 새도 없었을 테지만, 주님은 언제나 동행하셨는걸.”


신이 결코 멀리 있지 않건만, 때로 여러분은 긴가민가한다. 멀리 산티아고나 인도, 이탈리아나 발리가 아니더라도 여러분의 일상에 신은 언제나 동행한다. 힘들고 지쳤을 때는 아예 업고 간다. 다만 여러분이 보지 못할 뿐이다.

인생 100년에 내 길의 방향과 균형을 잡아주는 동행이 없다면? 하루하루 영원에 닿는 삶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길 때 절대자의 동행 없이 혼자라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얼마나 무섭고 두려울까!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동행자가 보일 것이다. 안 보이는가? 한 번쯤 대장정에 오르라. 기꺼이 생애 최대의 감격으로 그 품에 안기게 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