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이드 씨

by 뜰에바다


인간은 신의 형상으로 빚어진 선한 동물이다. 아울러 신에게 불순종하여 하이드 씨('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에서 가져옴. 인간의 본능과 죄악을 상징. 혹은 죄의 씨앗)가 유전된 악한 동물이기도 하다. 그것은 성서가 말하지 않아도, 실제로 내가 세상에 살면서 내 안의 이중성을 보고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상 소풍 마치고 조물주에게 돌아가는 날, 그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심판의 1요소이다.

만물의 영장 인간 내면의 하이드 씨는 세상의 무엇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다. 신이 예수라는 이름으로 직접 사람이 되어 십자가 형벌로 그 하이드 씨를 싸서 죽음으로 제사를 드리기 전에는. 물론 예수를 믿어도 이 세상에 사는 동안은 내 안의 하이드 씨가 사라지지 않는다. 하여 누구도 탄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원하는 바 선은 행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원하지 아니하는 바 악을 행하는도다!" (롬 7:19)

하지만 인간이 이생을 마치고 다음 생을 향할 때, 예수가 드린 십자가 제사, 그 보혈이 인간 하이드 씨를 덮어준다. 그것이 신의 축복이요, 약속이다. 하이드 씨로부터의 구원이다. 진실로 예수는 인류의 복음이요, 생명이요, 희망이다.


스코틀랜드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1850~1894)이 1886년,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김성숙 옮김. 세원문고, 2012)라는 스릴러 소설로, 인간 선악의 이중성을 생생하게 파헤쳤다. 이후 그의 소설 제목은 인간의 양면성을 지칭하는 관용어가 되었다.

의학박사요, 법학박사인 신사 지킬박사의 집에 어느 날부터 하이드 씨라는 추악한 용모를 가진 왜소한 사나이가 드나들기 시작한다. 하이드 씨는 살인 사건까지 저지른다. 나중에 변호사와 지인들을 통해 밝혀진 것은 하이드 씨가 바로 지킬박사라는 사실이었다.


더 자세히 살피면, 지킬박사는 존경받는 사람으로서 언제나 선한 삶을 살고 싶다. 하지만 심연에 악이 존재한다. 선을 원했던 그는 비밀 연구 끝에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약'을 발명한다. 그 약을 먹으면 선한 지킬박사와 악한 하이드 씨가 분리된다.

지킬박사는 얼마간 존경받는 삶을 살다가, 약을 먹은 후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하이드가 되어 본능을 따라 악행을 일삼는다. 하지만 그것을 되풀이하는 동안 지킬박사의 자아보다 하이드 씨의 자아가 커진다. 급기야는 약을 먹지 않아도 저절로 하이드 씨로 변신한다. 어렵사리 반대 약물을 조제해 마셨지만 소용없다. 통제력을 잃으니, 하이드 씨의 범죄가 극에 달한다. 결국 지킬박사는 완전히 하이드 씨로 살아야 할 처지를 깨닫고, 선한 힘을 다해 지킬의 참회록을 써서 변호사에게 남긴 후, 자결한다.


지난 20일, 인천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은 아들 내외가 자신의 생일 파티를 차려주고 있었다. 그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의 70평 아파트도 아들 명의였다. 아직 범죄의 전모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무엇이 아버지가 그런 친아들을 총격하게 했을까? 어떤 이유가 아들을 죽일 수 있는 건가? 정신증일까? 유족들이 변호사를 통해서 동아일보에 기고한 내용 중에는 '가정불화'는 아니라고 했다.

"이 사건은 가정불화가 아닙니다. 피의자가 주도면밀하게 계획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를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 사건입니다. 피의자는 피해자의 모친과 25여 년 전 피의자의 잘못으로 이혼하였으나, 피해자의 모친은 피해자에게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혼인할 때까지 피의자와 사실혼 관계로 동거하며 헌신했습니다."


그럼에도 피의자 아버지는 사제 총기가 제대로 작동했을 경우, 그 자리에 있었던 며느리와 손주들, 피해자 지인 2인까지 모두 살해하려고 했다. 그것으로 일각에서는 명확한 동기 없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이상 동기 범죄'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의자가 이용한 차량에서 쇠 파이프 10여 점과 산탄 86발 등 다량의 총기 관련 부품이 발견된 점, 본인이 살던 대형 아파트에 사제 폭발물을 설치하고 타이머를 맞춰놓은 것 등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추정하건대, 제1 원인은 인간 내면의 하이드 씨에 의한 해악일 것이다. 인간 하이드 씨는 끔찍한 존속살해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재는 위의 총격 사건이 보여주듯, 비속 살해도 심심찮게 자행한다.

24년 12월, 검찰청에서 발표한 23년도 살인 범죄 대상 1위가 가족이나 친족(32%)이었다. 2위 역시 이웃이나 지인(24.1%)이었다. 3위는 불특정 다수 타인(19%)이었고, 4위 애인 살인 범죄도 12.1%에 달했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인간 하이드 씨에 의한 악행은 그치지 않는다. 세월이 갈수록 수법이 다양하고 악마적이다. 제어장치가 무엇일까? 제어장치가 있을까? 처벌일까? 훈육일까? 인간 안에 있는 선한 영역을 늘리는 것만이 정답이지 않는가?


여러분이여, 인간 안에 선악이 존재하지만, 영원을 사모하는 의 영역을 늘리는 것, 그것이 인간 하이드 씨의 영역을 줄이는 방법이다. 사실상 그것은 성서가 쉼 없이 가르치는 교훈이기도 하다. 악행은 자동 시스템이다. 선행은 의지가 필요하다. 선이 악에 밀리기 시작하면 힘을 수 없다. 초기에 안의 하이드 씨 싹을 잘라야 한다. 처음부터 내 안의 하이드 씨에게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내 안에 선한 영역을 넓혀라. 의지로 키워라. 힘에 부치면 예수의 보혈로 덮어라. 그 길이 내가 살길이다.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 (롬 8:13)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