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너머 진심
나는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의 나는 언제나 다정하다. 누군가를 위로하듯 조용히 미소 짓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미소의 이면에는 썩어 문드러진 자기혐오가 도사리고 있다. 가식적인 다정함은 사실 도피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마치 나 자신을 사랑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갉아먹으며, 연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진실을 감춘다. 나를 위로하는 척하면서도 모든 잘못을 외면한다. 과거의 잔해 위에 서서 쌓여가는 후회와 상처를 애써 무시한다. 거울 앞에서 흘리는 눈물조차 가증스럽다. 그것은 진짜 슬픔이 아닌, 나약한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변명일 뿐이다.
진실과 마주하기엔 나는 너무 나약하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을 망쳤는지 뻔히 알면서도 고개를 돌린다. 상처받은 자신을 핑계 삼아, 세상이 나를 몰아붙였다는 자기 연민 속에서 현실로부터 도망친다. 거울 속의 가련한 표정 뒤에는 혐오감이 숨겨져 있고, 나는 그 혐오감을 토닥이며 나보다 불쌍한 존재는 없다고 스스로 속인다. 이런 치졸한 감정놀이 속에서 나는 점점 더 깊이 가라앉는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자신을 희생자라 믿고 싶어 한다. 마치 모든 불행의 중심에 서 있는 척하며, 스스로를 점점 더 밑바닥으로 내몬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내 손으로 빚어낸 결과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의 늪을 선택한 것도 나 자신이라는 것을.
나는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 거울 앞에서 다정한 척, 이해하는 척, 사랑하는 척하면서 내면에 쌓인 부패한 감정을 외면한다. 거울 속의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띤 자신에게 속으로 비웃는다. 그러고는 스스로를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 결국, 자기 연민에 빠져 있음을 알면서도 다시 거울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