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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고 있다는 건 사실은 생각 중이었다

글소재

by 생각의 숲 Jan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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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멍하니 있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일과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이 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중에서)


눈에 당장 보이는 일만이
일로 보였는데 보이지 않던
일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글이었다.

그냥 멍하니 있다.
앉았다가 서있다가 서성이며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보냈다.
걸을 때조차 길이니까
그냥 걸었다.

내가 글쓰기 이전의
생활들은 그랬다.

이른 아침 동트기 전
산책길에서 나는 내 안의 나와
수많은 대화를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이
나를 깨우고 있는 중이었다.

매일이 멍했던 나는 산책길에도
생각으로 가득 차 머릿속은
분주히 돌아간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던
벚나무는 가지 끝에
생명을 불어넣어, 꽃망울을
올리고 있었고
유난히 많은 꽃망울이 보이는
벚나무에게 살짝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올봄 네가 피워낸 벚꽃이 제일
화려할 것 같은데"

동그란 새벽달은
동트는 새벽에도 빛을 잃지 않고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 아 오늘이 음력으로
보름쯤 되었나 보구나"

저만치 벤치가 띄엄띄엄 보였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벤치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공감이 갔어?"

아무 생각 없이 무심히 지나가던
멍 때리며 다니 던 길이
사람들의 이야기, 내 이야기가
자연의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멍하니 지나고 있었던 시간이
생각으로 가득 차지면서
그 틈들이 풍성해지기 시작한다.

봄 벚꽃이 궁금해지고 날마다 달라지고 조금씩 변하는
새벽달 때문에 아침이 오길
희망한다.

무심코 지나치던 벤치의
오늘의 이야기는 뭐였을까
앉아있던 사람들의 수다가
궁금해 의자에 가만 기대어
앉아도 보았다.

멍하니 있었다고 했지만
나는 여전히 생각을 하고 있었고
글로 써내지 않았을
뿐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빅토르 위고의
책 안에 글들은 내게로 와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일과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이제야 보인다는 안도를 하게 된다.

멍 때리고 있다는 건
사실은 생각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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