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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르빠 Oct 09. 2024

한강에서 세검정까지

한강에서 세검정까지 가는 홍제천, 엄마가 아니고는 못 와 볼 길에 가을 나들이 나온 유모차가 앞 길을 막는다.


그래도 세월이 흐르고 흘러 홍제천 물이 한강만큼 흐르고 난 뒤 아들 아니고는 못 와 볼 길에 엄마의 휠체어가 나들이를 나온다면 그것이 인생이 아니겠나.  


그걸 아는 물줄기는 잉어의 등판이 드러나는 얄팍한 개천이면서도 강물이라도 된 양 굽이쳐 흐른다. 굽이치는 거라면 나보다 더 할까마는 그 정도면 굴곡진 삶의  여정인 듯 구색은 갖추었다. 


잡은 물고기를 갈무리할 줄 모르는 긴 부리 흰새도 물가에 나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것이 흰새의 운명이라면 이 길을 걷는 나도 다를 바 없고,


이 걸음 이대로 걸으려니 앞 길은 다가오고 뒷길은 사라진다. 세검정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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