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는 나는 사소한 것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아이에서 어른이 됐다. 대부분의 새로운 결정은 가족의 의견에 좌지우지됐다. 상대의 만족이 나의 행복인 줄 알고 살아온 세월이 반평생을 보낼 때쯤, 만성 우울증에 공황장애까지 겹치고 나서야 잘못된 생각 패턴이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내 선택의 결과에 따른 실패가 두려워서, 남들과 무리 지어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선택을 반복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왔다. 내가 원하는 새로운 선택을 스스로 결정할 ‘용기’를 내야 한다.
요가와 명상을 배워 보고 싶어 집 근처에 요가센터를 찾아봤다. 그곳은 방송인 김정민 배우가 강사로 활동하는 곳이기도 했다. 정보를 검색하다가 그녀의 ‘용기’라는 주제의 의식 강연을 우연히 듣게 됐다. 방송 패널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생각에 깊이가 있다고 느꼈던 배우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녀는 혼인 빙자 사건으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고 힘든 공백기를 보냈다. 그 시간 동안 자신을 찾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용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강연은 데이비스 호킨스 박사의 ‘의식레벨’ 중간에 위치한 ‘용기’를 기준으로 시작했다.
‘의식레벨’ 200대에 ‘용기’가 자리한다. 의식레벨표 전체는 ‘용기’를 기준으로부정과 긍정, 두 영역으로 나뉜다. ‘용기’의 아랫부분에는 슬픔, 분노, 낮은 자존감이 있고 그 이상인 의식레벨 300부터는 긍정적이며 행복과 기쁨을 향해간다.
김정민 배우는 15살에 로드캐스팅으로 배우가 된 이후부터는 그녀의 삶을 스스로 선택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배우라는 삶은 어차피 포장된 삶으로 자신보다 똑똑한 전문가에게 인생의 길을 맡기는 것이 현명한 결정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해본 적 없는 자신의 선택에 실패라도 한다면 누구를 탓할 수도 책임질 용기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나도 내 선택의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 용기를 내야 했다.주변에 나의 선택권을 넘겨주는 것이,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버릴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내가 없는 순간순간이 쌓여 껍질만 남은 것 같았다. 존재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우리 모두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결정을 하기 위해 용기 내야 한다.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 따른 실패까지 모두 받아들이기를 각오했을 때 용기 낼 수 있게 된다.
어떤 선택으로로 나를 일깨워 볼까 생각하다가, 며칠 동안 여행을 떠나 보기로 결심했다. 에고의 지껄임을 잠재우고 실컷 구경시킬 새로운 장소가 좋을 것 같았고, 나의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초등학생 아이의 등교나 집안 살림이 걱정이었다. 거기다 식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책임감 없는 사람이라고 한 마디씩 거들 것만 같았다. 나를 무책임한 사람 취급을 할 것 같았고 나에게로 향할 주변의 시선 또 한 부담됐다.
그때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리 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대부부의 사람들은 나를 위한 조언이라기보다 사회가 정해 놓은 틀에 맞냐 안 맞냐를 기준 삼아 이야기하는 것뿐, 그들조차 본인의 생각인지 사회에서 넘겨받은 생각인지도 모르고 하는 충고가 대부분이었다.
과거의 나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어떤 사람도 되고 싶지 않았고 그냥 나의 기분에 충실한 나이고 싶었다.
나는 부정적 스펙트럼의 바닥인 의식레벨 30 죄의식 어디쯤에서 헤매는 중이었다. 바닥을 친 자존감 상태를 확인하고는 한 단계 씩 위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했다. 작은 것 하나부터 나를 위한 새로운 선택을 해나가기로 다짐했다. 유연한 마음으로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책임감 있게 스스로의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