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빛나는 인생이라고 말해주길
민서는 천천히 눈을 떴다. 집 천장이 보였고 어느새 선풍기는 꺼져있었다. 땀에 절어 자리에서 일어나니 등이 축축했다. 바닥에서 그냥 잠든 모양새였다. 보니와 보나는 민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누워있었다. 찌뿌둥한 몸을 쭉 펴 기지개를 핀 다음 민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찝찝한 꿈을 꾸었다. 애써 꿈을 떨쳐버리려 노력하면서 책상에 앉았지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고 가라앉은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다.
책상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뒤져 닥치대로 입에 음식을 쑤셔넣었다. 그러고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울 할 땐 먹는걸 찾게되었다. 꼭 허기진 마음을 달래듯 무언가를 먹어야만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지난번 상처 낸 다리가 욱신거렸다. 닷새정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계속해서 덧나 곤란해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면서 땀까지 한 바가지 흘렸으니 땀이 상처로 들어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샤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욕실로 향했다.
민서의 집 욕실엔 거울이 없었다. 엄마가 임시로 사다 놓은 탁상거울이 덩그러니 변기 위에 놓여 있었다. 몇 년 전 민서가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다가 거울을 깨버린 이후로 화장실엔 두 번 다시 거울이 달리지 않았다. 혹시나 민서가 또 거울을 깨버릴까 그녀의 엄마는 새 거울을 달지 않고 탁상거울로 만족해야 했다.
민서는 옷울 벗기 전 변기 위에 올려진 탁상거울을 엎어놓았다. 그 거울에 자신의 모습이 비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옷을 벗자 그녀의 몸에 남은 흉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등에서부터 팔뚝까지, 종아리에서부터 허벅지, 등에서부터 옆구리, 온통 흉터투성이었다. 한 달 전에 상처 낸 종아리에서는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민서는 조심스레 종아리에 물을 흘려보냈다. 그녀는 최대한 빠르게 몸을 씻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드러난 몸을 보고 싶지 않았다. 비누칠을 하고 찬물로 구석구석 헹구어 내고 나서 옷을 입었다. 그런 다음 찬장에서 구급상자를 가져와 종아리에 소독약을 바르고 다시 붕대를 감았다. 종아리는 영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날이 더운 가운데 붕대까지 감고 긴바지로 상처를 덮어놔 통풍이 되지 않아 더디게 낫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민서는 상처를 드러낼 수 없었다. 상처를 보고는 혼란스러운 상태가 된 엄마와 말 없는 아빠와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오빠를 보고 싶지 않았다. 특히 민석의 그 눈빛은 민서를 괴롭게 만들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아래로 깔보듯 내려다보는 민석의 눈빛은 민서의 자존감을 갉아 파헤치는 굴착기 같았다. 민서는 오빠의 눈을 마주치는 것을 싫어했다. 오빠의 눈빛이 떠오르자 민서는 속이 울렁거렸다.
아려오는 종아리를 붙잡고 한참을 바닥에 앉아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다. 민서는 종종 그런 상태에 빠지고는 했다.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면 민서는 한참을 부동자세로 주저앉아 있었다. 한낮의 태양은 저물고 어느새 석양이 지고 있었지만 민서는 자신이 그토록 오래 주저앉아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등 뒤에서 문이 열리고 민석이 들어와 서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뭐 하냐"
목소리에 흠칫 놀라 민서는 고개를 들었다. 민석이 서있는 것을 보고 당황한 민서는 대답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다 민석에 의해 가로막혔다."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니야"
민석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있었다. 항상 그런 식이었다. 민서는 민석에게서 다정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민석은 민서와 다르게 공부도 잘했고 다부진 체격에 교우관계도 좋았다. 모든 면에서 민서보다 뛰어났다. 민서는 그런 오빠가 부러웠지만 한편으론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민석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민서는 대답하지 않고 바닥을 쳐다보고 있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민서가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민석이 민서의 머리를 세게 쳐 민서가 바닥으로 넘어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민석은 민서를 발로 밟기 시작했다.
"너는, 항상, 그딴 식으로 사람을, 무시하지"
힘주어 밟는 발이 아팠다. 민석은 민서의 두려움을 무시로 해석했다. 민서는 몸을 최대한 움츠리고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자비하게 날아오는 발이 민서의 종아리를 걷어찼고 어설프게 감은 붕대 위로 피가 흘러나왔다. 종아리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끼며 민서는 무기력하게 누워있었다.
"또 자해했냐? 병신 되고 싶어?" 민석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옷까지 적신모양이었다.
"네가 항상 그런 식이니까 엄마가 힘든 거야"
이번에 민석은 민서의 가슴을 걷어찼다. 걷어찼다기 보단 기분 나쁘고 끈적하게 가슴을 짓눌렀다. 어느새 민서의 얼굴은 눈물이 범벅이 되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추했다. 민서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추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민석은 이런 식으로 민서를 폭행할 때마다 엄마얘기를 꺼냈다. 민서는 민석이 엄마 얘기를 꺼내는 것은 그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민서가 엄마에게 가지고 있는 부채감과 죄책감을 부추겨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뿐이었다. 민석은 늘 민서를 기분 나빠했고 민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민서를 폭행하고는 했다. 하루는 민서가 민석에게 벗어나려 반항했던 날이 있었다. 그때 민석은 민서를 향해 식칼을 들고 위협했다. 그날 이후로 민서는 저항하지 않았다.
"한심한 년"
한참을 두드려 맞고 기분 나쁜 추행이 이어지고 나서야 민석은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민서는 또 한참을 바닥에서 울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방에는 보니와 보나가 잔뜩 겁을 먹은 채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서는 두 녀석을 끌어안고 "괜찮아"하며 침대로 가 누웠다. 보니와 보나가 함께 민서의 얼굴을 핥아주었다. 따뜻한 온기에 민서는 잠들고 말았다.
그날도 민서는 책상에 낙서를 지우고 침울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 곧 점심시간이라 아이들은 들떠있었지만 민서는 그렇지 않았다. 함께 밥을 먹을 친구도 없었고 어느새 민서는 반 전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따돌림을 주도한 무리는 그러한 상황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늘 새로운 낙서가 민서의 책상에 그려졌고 민서는 매일같이 낙서를 지우느라 손이 더러워졌다. 낙서를 지우는 민서를 보고 그 무리는 저들 끼리 키득키득 웃곤 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은 우르르 교실을 나갔지만 민서만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잠이 든 척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다 나간 걸 확인한 후에야 찌뿌둥한 허리를 일으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책상에 낙서가 새겨진 지 두어 달쯤 되었다. 민서는 공부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매일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부모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저 혼자 버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창 밖 풍경을 바라보니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급식실로 향하고 있었고 민서는 그런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타닥, 탁 타다닥
특이한 발소리가 들렸다. 드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처음 보는 남자아이 하나가 교실로 들어왔다.
"너 나 알아?"
처음 보는 아이였기에 민서는 의아해했고 순간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민서는 고개를 가로 저어 모른다는 표시를 했다. 명찰을 보니 민서와는 명찰색이 달랐다. 명찰을 보고 나서야 민서는 그 남자아이의 이름이 김진성이라는 것과 2학년이라는 것을 겨우 알았다. 민서의 가로젓는 고개를 보고 진성은 씩 기분 나쁜 미소를 흘렸다.
"가슴 만져도 돼?"
민서가 질문을 채 이해하기도 전에 일이 벌어졌다. 순식간이었다. 민서는 어느새 진성에 의해 바닥에 나뒹굴었고 기분 나쁜 손길과 고통스러운 범죄가 이어졌다.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교실 바로 옆이 교무실이었다. 뿌리치고 달려가 도움을 청할 수도 있지만 진성이 짓누르는 무게를 쉽사리 뿌리칠 수 없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끝나버리고 진성은 채 바지 지퍼도 못 올리고 교실을 뛰쳐나가며 민서를 향해 소리쳤다.
"말하면 죽여버린다."
민서는 정신없이 고통에 신음하며 교무실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어른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선생님은 당황하며 민서를 자리에 앉혔다."무슨 일이야? 왜 그러니?"
민서는 끅끅거리며 띄엄띄엄 상황을 설명했다. 민서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선생님의 표정은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 애 이름은 봤니?" 민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담임선생님께 이 일을 전달하겠다 말하고는 민서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직접 자신의 차에 태워 민서를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차에서 내리며 민서가 선생님을 향해 뒤돌아았다."말하면 죽여버린댔어요"
"괜찮아, 선생님이 그렇게 놔두지 않아"
민서가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어른이었다.
민서는 천천히 눈을 떴다. 두어 시간 정도 지난 듯한 느낌이었다. 민석에게 두드려 맞은 곳이 아파 끙끙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아리는 피가 말라붙어 온통 엉망이었다. 방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았다. 민석이 다시 돌아와 있을지도 모르고 엄마나 아빠가 와있는 듯 밖에선 부모님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민서의 꼴을 보면 엄마는 깜짝 놀라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캐물으며 민서를 귀찮게 할 것이고 아빠는 이 일과 자신은 상관없다는 듯한 무심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그래도 피떡이 진 바지는 갈아입고 처치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민서는 조심스레 바지를 벗었다. 말라붙은 옷이 쩍쩍 소리를 내며 상처에서 떨어지면서 따끔거렸다. 깨끗한 바지로 갈아입고 살금살금 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부모님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심각한 듯했고 민석의 방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하며 민서는 화장실로 향했다. 우선 화장실에서 상처를 씻어내야 했다.
“민서야 너 걷는 게 왜 그래?”엄마의 목소리였다.
통증으로 어정쩡하게 걷는 민서를 보고는 엄마는 의아해했다. 그리고 이내 곧 얼굴이 일그러졌다. 민서가 자신의 다리에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민서는 가던 길을 멈추고 퉁퉁 부은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흠칫 놀란 듯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기 시작했다. 민서는 눈치를 봤다. 민석과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말하면 해결이 될까? 그전에 상처는 어떻게 숨기지? 많은 생각들이 순식간에 민서의 머리를 스쳤다.
민서가 말없이 고민하고 서있자 엄마가 성킁성킁 다가와 민서의 바지를 걷어버렸고 민서는 깜짝 놀라 다리를 뒤로 뺐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피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종아리가 드러났다.
“이민서!”
엄마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고 엄마의 고성에 섞여 아빠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넌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니 상처를 내면 행복해? 그렇게 좋으면 아주 죽지 그러니!”
엄마의 말이 날아와 비수가 되었다.
“내가 상처를 낸 건 맞지만 이렇게 된 건 오빠 때문이야”
“뭐?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네가 상처를 냈으니까 이렇게 됐지 왜 오빠 핑계를 대고 있어!”
엄마의 목소리가 격앙될수록 민서의 억울함도 커져갔다.
“오빠가 날 때렸어! 이유도 없이! 그뿐인 줄 알아? 오빠는...”
“됐어 들어가”엄마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민서는 말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억울함에 씩씩거렸다. 늘 이런 식이었다. 오빠의 폭행과 추행이 이어지고 나면 엉망인 꼴의 민서를 보고 엄마가 무슨 일인지 꼬치꼬치 캐물었고 결국 오빠의 짓이란 걸 말해도 엄마는 외면하기 바빴다. 오빠의 무엇이 잘못까지 모른 척할 만큼 엄마에게 중요하고 소중한지 모르겠으나 민서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억울함에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무슨 일인지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엄마도 아빠처럼 무관심하게 일관한다면 좀 더 편할 것 같았다.
민서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화장실로 들어가 종아리를 물에 씻어내었다. 상처는 벌어져있었고 물이 닿자 말도 할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대충 마무리를 하고 민서는 엄마 앞에서 보란 듯이 소독약을 발랐다.
“잘하는 짓이다”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민서는 애써 무시했다. 발을 쿵쿵 구르며 자신의 방으로 다시 돌아온 민서는 보나와 보니를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자신은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오빠의 만행을 엄마에게 이야기해도 모른 척 하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며 ‘나는 엄마 자식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녀는 엄마의 딸이 분명했다.
그녀는 엄마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언젠가는 자신이 아픈 날 일도 내팽개치고 하루종일 자신의 옆에 붙어 간호해 주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미안함과 감사함도 느꼈다.
엄마와 민서는 일종의 애증의 관계였다. 서로를 향해 모진 말을 내뱉다가도 뒤에 가서는 서로를 다시 위로하는, 이중적인 관계였다. 그녀들은 서로의 그런 양가감정 섞인 이중적인 관계가 서로를 더욱 힘들게 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울고 있는데 엄마가 조심스레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옷 입어 병원에 가야지 다리 상처 심상치 않아 보여" 엄마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방금 전까지 민서에게 날카로운 말을 쏟아붓던 목소리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민서는 조금 혼란스러웠으나 이내 엄마의 말대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엄마의 차를 타고 병원에 가는 동안 자신의 몸을 소중히 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부탁 섞인 연설이 이어졌지만 민서는 그리 귀담아 듣지 않았다. 오빠의 잘못을 덮어두기만 하고 모진 말을 내뱉는 엄마와 지금처럼 다정한 엄마가 가은 사람인지에 대한 혼란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다리의 상처는 꽤나 심했다. 상처가 벌어져 감염의 위험이 있었고 깊은 상처라 여섯 바늘의 꿰매야 했다. 넉넉지 않은 그녀의 엄마는 병원비를 지불하기 위해 신용카드로 긴 할부를 끊어야 했다.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보여 민서는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절뚝거리며 병원에서 나오며 엄마가 말했다. "당분간 산책은 그만둬."
"그렇지만 보나랑 보니가 심심해하는 걸."
엄마는 잠시 민서를 쳐다보다가 이야기했다. "마당에 잠시 풀어놔도 되잖니"
"마당은 너무 좁아. 그리고 나 주말에 약속도 있어 생일이라고 혜진이가 만나제"
엄마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민서는 또 엄마가 날카로운 말을 쏟아내진 않을지 걱정했다.
"산책은 하루에 30분 미만으로 하고 혜진이도 만나고 일찍 들어와"
엄마 선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타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