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엄마, 우리 이제 어디로 가?”
이사하는 그날, 처음으로 엄마의 한 서린 통곡을 봤다.
20년 만이었다.
경상도 집안인 우리 가족은 무뚝뚝하고 좀처럼 애정표현을 하지 않았다.
“사랑해”
이 말 한마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이었다.
어렸을 적 기억을 되짚어보면 엄마보단 아빠가 더 다정했다.
애정 어린 다정한 말 한마디가 그렇게 듣기가 좋았다.
토요일에 초등학교 하교를 할 때면 늘 아빠가 교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혹시나 내가 길을 잃을까 걱정이 돼 항상 그 자리를 지켰다.
“아빠, 오늘은 말이야 선생님이…”
아빠의 작은 손을 잡고 조잘조잘 떠들며 오늘은 무슨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 다 얘기해 주었다.
한 번도 내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는 모습이,
가장 든든한 아군이 내 뒤 편에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생 아빠랑 살고 싶다며 노래를 불렀다.
아빠는 이직을 하며 바빠지기 시작했다.
배게보다 두꺼운 책을 늘 가지고 다니며 공부를 하던 모습이 내 눈엔 멋있어 보였다.
아빠는 세상에서 못 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며 점차 출장이 잦아지더니 결국엔 기약도 없는 장기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곳이 얼마나 먼 곳인지, 앞으로 얼마나 자주 볼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아빠가 없는 동안 네가 아빠 역할을 하는 거야. 동생한테 아빠처럼 대해주고 엄마 말 잘 들어야 해.”
“응. 그렇게 할게.”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게 된 아빠가 그리웠지만 나보다 더 어린 동생이 눈에 밟혔다.
엄마, 나, 동생 이렇게 남은 세 식구는 한국에서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잘 지내보려 했다.
하지만 아빠가 떠난 이후, 우리에겐 많은 변화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