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켜켜이 쌓인다
낮부터 내린 눈이
밤 되자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이미 눈 속에 사라져 별경이 되었다.
소리 없이 내린 눈은 소복소복 쌓여만 가고
마음에는 그리움만 켜켜이 쌓여간다
사람흔적마저 지운 눈밭에
바람만 거침없이 돌아다닌다
달빛은 파리한 얼굴로
산그림자 찾아 돌아보나
이미 별경에 들어간 산은 선경이 되었다.
오직 깨어 있는 것은
푸른 소나무와 대나무의 청청한 모습뿐이니
그 한결같음이 눈 속에서 더욱 빛나는구나
살아있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바람 불어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생명이 있음을 푸르게 푸르게 들어내고
무겁게 덮인 땅속에서도
생명은 잉태되어 달을 채우고 기다리는 것
눈은 밤새 소리 없이 내려 쌓여가고
바람은 밤새 위세를 부린다.
내 마음엔 그리움만 깊게 골을 파고
오랜 추억을 들추어낸다
짙은 어둠 속의 외로운 달은
홀로 세상을 비추며 불침번 서고
멀리 숲 속의 외로운 꿩의
퀑퀑 지친 울음소리
어둠을 깨고 아침을 부른다
2024.11. 29 밤 쓰 보았다.
죽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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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사진출처 : 핀트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