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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재 아래 마을, 정자나무

창작, 이야기조각, 마을의 역사

by 죽림헌 Ma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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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아래 마을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축복받은 마을이다.

이곳은 뒤로는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있고 마을 앞으로 강(큰 내)이 흐른다.

봄부터 가을까지 강변으로 꽃이 피고 지고 하니 무척이나 아름답다.

강변의 버드나무들은 길게 머리 풀어헤치고 맑은 강물에 머리 감는다

봄이 되면 강 따라 벚꽃이 만발하여 바람에 꽃잎을 아련히 날린다


아이들은 얕은 강가에서 물장구치며 한여름 내내 벌거숭이로 뙤약볕에서 산다

아이들이 자라 외지에 나가있어도 계절 따라 변하는 아름다운 고향동네가 그리워

그들은 언제나 약속한 듯 이곳 고향마을로 돌아온다.

노래가사처럼 꽃피는 내 고향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들은 평화롭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겨울 눈 올 때 여기는 따뜻하다. 

한 여름에도 이곳은 내 바람 산바람 등으로 큰 더위 모르고 살아간다. 

논밭도 참 기름진 옥토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도 기세가 한풀 꺾였다.

아이들도 개학하여 돌아갔고 냇가에는 아이들 웃음소리 물장구소리 잠잠해졌다.

이제는 냇가에 내려가 발을 담그면 차가운 가운이 발끝에서 쩌릿해온다.

늦여름 어느 날 오후에 언제나처럼 정자나무아래로 마을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정자나무는 지금부터 할머니들의 재미있는 마을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다   

정자나무는 나뭇가지를 벌려 한껏 그늘을 만들고 고개를 살짝 숙여 귀를 기울인다.

오늘은 어떤 재미있는 말씀들을 하실까 하고...


마을 어르신들이 정자나무에 모여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아이고 다 나왔네, 점심들 맛있게 드셨는가”


이분 저분이 동시에 답한다.


“그라제 벌써 묵고 한숨 잠깐 자고 나왔제”


“벌써 묵었지라, 행님은 오늘 점심 뭐 드셨어라”


“내사마 벌써 묵었다. 며늘아가 콩국수를 시원하게 말아주더라.


 콩국수위에 밭에서 금방 딴 외를 쏭쏭 썰어 언자 먹으이 마, 세상에 최고더라”


“하모하모 여름엔 마, 시원하게 물에 담가둔 수박하고 외하고 오이콩국수가 최곤 기라”


"벌써 먹었더래요, 입때까지 있음 배껍데기가 등껍데기에 붙을 거래요."



모두들 한 말씀들을 한다. 정신이 없이 들려도 모두들 확실히 알아듣고 대화를 한다.

좀 떨어진 곳에서 들으면 무슨 말인지 각자 자기 말만 하는 것 같다.  

   

만득이네 할머니께서 말한다

“자네들 저 재너머 김 씨 어르신 댁에 서울 사는 큰아들이 이사 와서 산다는 말 들었나”


“아하 나도 들었심더”


옆의 할매가 말한다.


"저 아래동네 이장한테서 들었으라 어데서 들었겠능교.


그 이장은 누구 집의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고도 다 안다카데“


”그 이장의 웃~대할배가 원래 김 씨 어르신댁의 집사였다 아이가 그 집 일은 다 아는기라“


”그런가베 어째 동네 일을 모르는기 없다 했네 “


”근데 그 어르신 큰아들은 서울서 자라고 커, 서울여자 하고 결혼해서 잘 산다 카데“


”야 서울에서 억수로 잘 산다던데요 무슨 높은 사람이라 던데 와 여 내려와서 산다카는고요“


"지도 그 야긴 들었더래요"


”그 집 아들딸들은 잘 자라서 외국에서, 미국이라 카든가 뱅기 타고 한참을 가야 한다카더라 그서 공부하고 


그서도 유명한 대학에서 선생 한다카데, 한아들은 그서 무슨 연구소에 엄청 유명한 박사라 카더라“


”그란데 여는 와 산다칼꼬, 내외가 같이 오는가. 서울에만 산 마느레가 여서 우째 살란고“


”아인라유~ 혼자 온다 데유, 죽었음 죽었지 여선 안산다했데유“


"아고 문디 놀고 자빠졌네 뭣이라 하노, 지랄하고 자빠졌네"


"아 긍께, 그게 뭔 소리디야"


”와요, 여가 어때서요 “


”아이고 야야 여는 살기는 좋은데 완전 시골아이가 “


”참 그라믄 그 김 씨 어른은 여서 뭐 하고 산다카드노 “


”어른은 무슨 으른이고 우리하고 나이가 어리거나 얼쭈 비슷할 긴데 “


”우리보다 어리제, 그래도 그분은 어른이 맞다 “


”잊아뿐나. 이 마을 만든 분이 그분 고조부랑께“


"아이랑께 그 한참 더 우때랑께"


”어닙니다, 여기하고 저 멀리 저 산너머까지 그 집소유라 하더이다 “


”와, 대단한 이야기 들었다 아이가 아주아주 옛날부터 이 땅이 모두 그 집 거라. 우리도 그 집 웃대 어르신들이


 그냥 살게 해서 여 살고 있다 아이가 무신 조건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라고 저 다리있제 저 다리도 그 집에서 우리아~들 학교댕기라고 놓았다 카더라 저거 군에서 핸거 아이다.


여 앞에 우체통도 그 집에서 놓았고, 요 전화기도 그 집에서 마을사람 위해서 노았다더라. “


”나도 우리 할매한테 들은 기억이 있다. “


”조건이 뭔데요 행님“


”조건이라 카는 기 별거 아닌데 좀 이상하더라 여서 우리가 


대를 이어 살면 우리거나 마찬가지고 팔면 안 되고 외지인에게는 살게 하지 않는다는 거라카더라 “


”아하 그래서 모두 우리가 다 아는 사람이고 오래도록 보고 사네요 “


”그라믄 그분은 여서 뭐 하고 산다 등기요 “


”알제, 모두  저 재너머가 얼마나 좋은 땅인지 그 오래된 집도 하나 있다 아이가. 


그서 양을 키운다고 했다카덩가 그랬지비“


”아아, 목장 할라는가 보네요 “


”그래 양목장 벌써 준비도 다 돼 간다던데 “


”그라믄 우리는 이제 그 땅에 나물 캐러 못 가겠네 “


”참 옛날에 우리할매한데 들었는데 그가 무신 발복하는 땅이라 카던데,  옛날에 풍수 보는 사람이 그랬단다. 


그 땅 생긴 게 꼭 여자사타구니처럼 생깄단다. 그래서 땅도 비옥하고,


냇물도 좋고 삥 둘러가매 산세도 좋다 아이가. “


”그라믄 우리 동네 땅은 어떻다 카등교. “


”그 땅 하고 연결되어 내리 와서 우리 동네도 좋다카더란다 “


”그래서 외지인은 안되고 함부로 땅에 손 돼도 안된단다. “


”흠 그래서 우리 아들이 밖에 나가 살아도 우리가 딱 버티고 있으니 다 잘살고 잘되는갑다“


”참 이 정자나무도 그 한참 웃대어르신이 심고 가꾸었다카제“


이 말에 갑자기 나무가 기지개를 켜듯이 쭉 뻗고 가지를 흔들고 잎을 살랑살랑 흔든다. 

    

인자 우리 동네가 양목장 동네가 되겠네 “

"근데 우리는 말씨가 와 이리 다르노"

"모르겠심더, 고향이 다 달라서 그라겠지요. "


"그라제 고향이 어덴고가 뭐 중요하노, 여서 다 같이 사는 데 그기 중요한기라"

 

정자나무 앞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시는 노인들은 늦여름 해가 서산으로 긴 목을 드리우자

아이구 해가 지네 하며 내일  봅시다 행님, 하고 다들 돌아간다.


혼자 남은 정자나무는 오늘, 자신이 어떻게 이 자리에 있는지 이 마을 이 어떤 마을인지

종일 귀 기울여 열심히 들으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밤이 그림자처럼 내려앉자 

멀리 강 건너 신도시의 높은 건물들이 하나 둘 불을 밝히고 

어둠과 빛의 새로운 경계를 만든다.



이 이야기는 양목장에 이어진 내용입니다.

부족하고 순서없이 글들이 나갑니다.


#재아래동네 #정자나무 #마을이야기 #양목장 #함께사는 것이 중요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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