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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동 아저씨

좋은 사람 고길동

by 죠니야 May 23. 2024

두 명의 고길동

    김수정 화백이 만든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의 빌런 고길동은 따지고 보면 참 좋은 사람이다. 형인지 동생인지 내외가 갑자기 유학 가는 바람에 어린 조카 희동이를 떠맡았는데 여기에 공룡 둘리, 타조 또치, 외계인 도우너라는 생면부지의 군식구 3명이 또 들어온다. 옆집 마이콜도 심심찮게  속 썩이는 데 동참한다. 살기 어렵다는 서울에서 5명이나 되는 군식구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고길동은 좋은 사람이지 빌런이 아니다. 

    둘리가 태어나 한참 인기를 얻던 시절. 나는 전방을 지키던 용감한 국군 아저씨였다. 당연히 둘리를 알지 못했다. 10년 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이 태어났고 아들은 둘리를 아주 좋아했다. ‘둘리 얼음별 대모험’을 한 10번은 본 것 같다. 나도 아들 따라 재미있게 봤고 아들처럼 고길동을 미워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고길동이 부럽다. 서울에 주택을 가지고 있으며 5명의 식구를 부양하는 고길동은 나같이 선생하다 은퇴한 사람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성공한 사람이다. 혼자 벌어 서울에 집 사고, 5명을 먹여 살렸으니 그 게 어디 보통 일인가?

  고길동이 미우면 어린이, 고길동이 불쌍해지면 나이 먹은 사람, 고길동이 부러워지면 늙은이다. 세대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고길동. 참 재미있는 캐릭터다.  

  

    또 한 명의 고길동이 있다. 내가 00시에서 선생 할 때. 00시 중.고등학교의 앨범 제작을 맡아하던 ◈◈사진관의 사진기사 고길동이다. 진짜 이름이 아니다. 별명이다. 이 사람은 생긴 게 완전 고길동이다. 긴 얼굴. 무쌍에 찢어진 눈. 툭 튀어나온 입. 심술궂은 표정. 둘리 고길동과 싱크로율이 80%정도 된다. 다들 처음에는 ◎기사, ◆아저씨 이렇게 불렀는데 어떤 재치 있고 눈썰미 좋은 여중생 하나가 “ 저 아저씨 고길동 닮았다. ” 이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고길동이 됐다. 처음에는 여중생, 여고생들이 주로 그랬는데 남학생들도 차츰 고길동 아저씨라고 불렀다 이후 선생들도 수학여행 버스 기사들도 여행사 직원들도 나중에는 교장, 교감, 교육청 장학사, 같은 사진관 동료 기사들까지도 모두 고길동이라 불렀다 본 이름은 사라지고 고길동이 이름처럼 됐다. 00시 중고등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기사가 됐다. 혹시라도 둘리 아빠 김수정 선생이 고길동 아저씨를 한번 봤으면 아주 재미있었을 것이다.      

  나중에 ◈◈사진관의 다른 기사와 고길동 기사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나   :  그 분은 자기 별명이 고길동인 거 알아요?

  기사 :  그럼요! 온 시내가 다 아는데, 본인이 왜 모르겠어요!

  나   :  애나, 어른이나. 고길동, 고길동하는 데 기분 안 나쁘데요?

  기사 :  처음에는 화도 내고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좋데요. 귀여운 학생들이 자기를  좋아해서 불                  러주는 거고, 별로 잘나지도 못한 자기를 기억해주니 오히려 고맙데요. 나중에 사진 일 안 하면 부인              이랑 ‘고길동 분식집’ 내서 학생들한테 맛있는 음식 먹여주고 싶데요 ……   

  

   정말 좋은 사람이다. 진짜 고길동 같은 사람이다. 아이들을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 흔치 않다.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지만, 고길동 기사 아니 고길동 아저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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