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듣다가 문득 많은 사랑 노래에는 '여전히'가 포함된다는 걸 알아차렸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사랑표현들은 단순한 방식으로만 표현되지는 않는다. 사랑으로 울렁이는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랑해' 한마디는 턱없이 부족하다. 언제나, 항상, 영원히 등 이 큰 마음을 전하기 위해 온갖 부사를 활용해서 사랑을 표현한다. 근데 왜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부사어는 여전히일까.
사랑이 없을 때의 나에게 여전히는 미련함이지만 사랑에 빠졌을 때의 여전히는 간절함에 가깝다. 그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너를 사랑한다는 건 최대의 애정표현이자 쓸쓸함 마저 느껴진다. 여기서 잠시 첨언하자면, 나는 비슷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라 하더라도 그 사이에 숨어있는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내는 걸 좋아한다. 나와 온전히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단어도 각자 간직하고 있는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무리 같은 표현을 하더라도 내가 하고싶은 말을 잘 표현해줄 수 있는 고유의 분위기를 가진 단어를 꺼내 말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여전히는 유독 쓸쓸하게 느껴진다. 쓸쓸함과 외로움은 다르다. 외로움은 사무치는 감정이고 쓸쓸함은 좀더 적막하다. 외롭지는 않지만 공허함을 드러내주는 것 같다. 반의어조차 없는 '쓸쓸하다'라는 단어는 이 애달픔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경고하는 듯하다. 그래서 사랑은 여전히인가보다.
그 당시의 나는 왜 그토록 오래 걸어야만 했는지
널 그리도 미워했던 건 여전히 사랑해가 아니었을지
왜 사랑의 부사어는 여전히인지
불면증 같이 사랑했던 감정도 무뎌지고 만다.
사랑의 부사어가 여전히라면 너와 나는 정말 사랑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