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공부 1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다 보니 어느덧 산 정상이 눈앞에 보인다. 다른 이의 손에 이끌려 의미 없이 오르는 산은 참 재미없고 지루하다. 죽음 앞에서는 부끄럽기까지 할 것 같다. 남이 차려 놓은 밥상과 남의 생각에 편하게 얹혀살았다. 거기에 나의 의지는 꺼져가는 촛불처럼 흐릿했다.
어느 날 고전의 문장들을 마주했다. 그 문장들은 나의 눈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라고 손짓했다. 그 손짓을 열심히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글쓰기의 길에 들어서 있다.
이제 나의 밥상은 내가 차리련다. 내 몸에 맞는 재료들을 찾아 나만의 향기와 맛을 입혀 만든 음식으로 채워진 밥상은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할까?
나의 이 공들인 밥상에 나의 사랑하는 이웃을 초대하여 함께 영혼을 살찌우련다.
오늘 부끄러운 나의 일부가 있다면
그곳에 손 내밀어 화해하고 보듬어 안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