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커피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 과연 어디일까? 필자의 생각에는 아마 우리나라이지 않을까 싶다. 특히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잘 못 마시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든 즐긴다. 안산에서, 아니 인생에서 최고의 카페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 폐업해서 더는 갈 수 없지만, 추억팔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고종 황제가 커피를 처음 즐기게 된 때는 1896년이었다고 한다. 이름을 거기서 따왔다고 했다. 건물 엘리베이터는 한 평 정도의 작은 크기였고, 계단 옆 나무로 된 난간은 마모되어 있었다. 내부 형광등도 제대로 안 들어오는지 어두웠다. 그러나 겨우 복도의 모습에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3층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경이 펼쳐졌다. 전체 평수는 100평 정도였다. 카페는 고급 원목 가구들로 채워져 있었고, 중앙에 당구대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당구공들이 알알이 빛났다. 창틀은 인형이나 작은 장식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통창으로 눈을 돌리면 맞은편에 광덕산이 보이는 뷰가 펼쳐졌다. 사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얼굴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게 보였고, 분주히 움직였다. 맞은편 건물에 무슨 가게가 들어서 있는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뭘 하는지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직원은 늘 흰 와이셔츠에 하반신에만 두를 수 있는 검은 앞치마를 입고 있었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달라고 하면 전화번호부 절반 정도 되는 두께의 메뉴판을 눈앞에 펼쳐 보여주었다. 원두를 세 개 중에 한 개 고를 수 있다고 했다. 언제든 기회가 있을 줄 알고 늘 오리지널로 마셨는데 그것이 참 아쉽다. 다른 것도 마셔볼걸. 마치 다방처럼 앉아 있으면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그 카페에서 최고로 좋아했던 서비스였다. 지금은 스타벅스에서 메뉴를 수령하기 위해 서성이는 시간이 싫다. 가격은 그 당시에 오천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스타벅스보다 더 비싼 가격이었다. 3층 카페 치고는 가격 경쟁력이 없는 셈이었다. 커피 맛은 쓰지도 않고 은은하며 부드러웠다. 아카시아 껌을 입 안에 넣은 듯 뒷맛이 달콤했다. 통창 앞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마시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카운터 옆에는 셀프바가 있어서 배가 고프면 식빵에 수제잼을 발라서 먹을 수도 있었다. 케이크와 쿠키, 브런치까지 파는 곳이었는데 저걸 제공하면 팔릴까, 싶었다.
지금은 싸워서 연락하지 않는 한 친구를 데려갔었는데, 훗날 이런 말을 들었었다.
"언니, 그때 나 데리고 갔던 카페, 거기 진짜 좋더라."
아쉽게도 내가 졸업을 하고 몇 달 후 카페는 폐업하고 규동집이 새로 생겼다. 아마 너무 퍼줘서 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그곳에 가면 있을 것만 같은데,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네 의자에 앉아서 흔들거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추억이 부분적으로 사라졌다. 2kg에 달하는 랩탑을 백팩에 넣고 매고 다니면 가방끈 모양대로 땀자국이 남던 그 여름, 유일한 쉼터였다. 자영업자와 손님은 공의존이라는 것이 이럴 때 몸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