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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서 Jun 07. 2024

엽편소설 <머신보이>

소설로 다시 쓴 230807의 꿈

    그 남자애는 매주 신체 부품을 바꿨다. 정확히 말하자면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때마다 그의 부모님이 손수 부품을 갈아 끼운다고 했다. 그러시구나. 나는 동요하지 않은 척 대답했다. 어쩐지 그의 피부 일부분이 최근 인기 있는 신소재 같았다. 저 인간을 어디까지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손가락으로 찔러보면 왼쪽 뺨 한구석만은 푹 들어가지 않을까. 그 순간 손가락을 실제로 찔러보는 상상을 했다는 건 비밀이다.

    동갑이니까 말을 편하게 하자고 한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그는 내게 말을 잘 놓지 못했다. 우리는 한 대형학원에 둘 다 대학생 선생님으로 고용된 일종의 직장 동료였다. 수학이나 국어같이 메이저한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이었지만 별안간 ‘예술대학식 수업’에도 욕심이 생긴 원장 덕에 나도 한 자리를 얻었다. 분명 돈 벌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만 애들에게 정이 들어버렸다. 특히 어떤 여자애 하나가 내 발목을 잡았다. 수업 첫날, 부러 앞뒤를 잘라먹은 내 자기소개에서 행간을 읽은 아이였다. 학생들에게 나를 모두 보일 생각은 없었는데 그 아이가 구석구석 읽어냈다. 그 어린 애가 무슨 삶을 살았길래 그게 가능할까요. 내가 그에게 말했다. 쉽지 않았겠죠. 그가 그 말을 내뱉진 않았지만 나는 알아들었다. 그러는 너는? 나도 그 말을 내뱉진 않았지만 그는 알아들었다. 아마도 그의 것이 아닐 그의 얼굴 근육이 미소 비슷한 무언가를 띠었다.

    내가 맡은 반은 인생에서 공부를 뜯어낸 아이들 진로라도 찾자는 아이들 시간 때우려는 아이들이 모여 연령대가 다양했다. 나는 이때다 싶어 원장이 기겁할 – 이를테면 제도권 교육에 반하는 - 커리큘럼을 몰래 가져갔다. 반면 그가 맡은 반은 그처럼 자기 뇌에 지능 강화 칩을 욱여넣는 애가 언제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그런 전투적인 학구열엔 그가 한몫을 했다. 나는 쉬는 시간 디카페인 커피를 사러 가는 길에 종종 그의 수업을 훔쳐봤다. 그는 매번 새로운 팔을 휘적이며 열강을 펼쳤다. 그도 종종 나의 수업을 훔쳐봤다는 건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다.

    우리는 공항에서 헤어졌다. 나는 그가 무슨 비행기를 타는지도 모르면서 출국날 팔월 칠일 공항에 서있었다. 돌이켜보면 그의 눈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마지막으로 나를 담은 동공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지금 그 동공은 이미 교체되고 어디 쓰레기 처리장을 둥둥 떠다닐 테였다. 내가 한때 그를 이뤘던 부품까지 연민함을 인지한 건 그때였다. 아무리 떠올리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는 그의 윤곽을 비로소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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