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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기_02

20250312_01

by Tellus Mar 12. 2025

B는 초등학생 치고 덩치가 엄청 컸다. 키가 160대 중반인 나보다도 훨씬 컸다. 거기다 반에서 유일하게 발화아동이었다. 나는 언제나 B의 온순한 모습만 보아왔으나 오전에는 가끔 난리?를 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선생님이 사용하신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아무튼 전문적인 용어는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자폐성 멜트다운autistic meltdown이었을 거라 짐작한다. 나보다 덩치 큰 아이가 앞에서 멜트다운을 겪는다면 확실히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내가 근무하는 동안 B가 멜트다운을 내 앞에서 보인 적은 없었다. 내 앞에서는 A만큼이나 순한 양이었다. 


그리고 C는 반대로 덩치가 제일 작은 학생이었다. 무발화였으나 선생님들이 말하는 것은 다 알아들었고 눈치가 빨랐다. 언제나 웃는 얼굴상이었던 것이 기억난다. C와는 교류가 적어 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선생님들이 그를 귀여워했던 기억은 났다. 나 역시 C가 귀엽긴 했다. 미국 영화에 나오는 장난꾸러기 요정 같았달까. 가끔 선생님들이 C가 제대로 말할 때까지 물건을 건네 주지 않는 식으로 훈련을 했던 것같은데, ABA 치료가 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개인적으로 회의감을 안고 있는 나로서는 글쎄다... 


가장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D. D였다. 이 친구 같은 경우는 제일 자폐의 정도가 심각해보였다. 우리 반에 근무하는 공익 요원은 D의 전담이나 마찬가지였다. D는 공익 요원에게 착 달라 붙어 그의 무릎 위에 언제나 앉아 있는 형태였고, 비장애아들의 발달 단계로 따지면 약 0살~3살쯤에 관심이 끊길 사운드북을 계속 들어야만 안심이 되는 아이였다. 공익 요원이 있으면 D는 괜찮은 친구였다. 문제는 공익 요원이 전역할 때가 다되어가면서 휴가와 병가를 낼 때쯤이었다. 처음에는 장염에 걸려 조퇴했다길래 괜찮으세요!? 하고 카톡을 보냈었는데 반응이 영 떨떠름하더라니, 말만 병가였던 모양이었다. 다음날인지 다다음인지, 장염 걸린 사람이 지나치게 멀쩡하게 나타나더라. 아무튼 그가 없으면 나에게는 헬게이트가 열렸다. D는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교실의 창문을 열고 탈주하려고 끊임없는 시도를 하였기에 D때문에 교실 문과 창문을 다 걸어잠궜고, 그 와중에도 다른 아이에게 관심을 쏟으면 가차없이 어떻게든 걸어잠근 문이나 창문을 열고 도망을 갔다. 문제는 도망을 갈 때 그냥 도망가느냐? 아니다. 모든 옷을 벗어던지면서 도망을 간다. 마치 허물을 벗듯이, 홱홱홱. 초등학생이라해도 나와 키가 비슷한 남자아이가 벌거벗으면서 도망을 가면 진짜....... 몸에 손도 대기 싫다는 게 그 때의 내 솔직한 심정이다. 복도에서 도망가는 아이의 바지를 잡으면 바지를 벗어 내던졌고 그 다음엔 팬티를 벗어 던졌다. 그 아이의 알몸을 보기도 여러 번.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다. 무엇보다 그 당시 내 허리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아이와 몸씨름을 할 때마다 허리에 무리가 가는게 느껴졌고 덕분에 병원까지 가서 진료를 받아야만 했다. 


D는 또한 손에 힘을 주는 버릇이 있었는데, 나와 실랑이를 하다가 내 가슴을 꽉 쥔 적이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 아이의 멱살을 잡고 밀쳐냈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아주, 아주아주 기분이 불쾌한 일이다. 절대 다시 잡지 마. 나는 주먹을 꽉 쥐면서 이야기했다. 그 아이가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 순간 그 아이에게 학을 뗐으니까. 그 아이에게 추행의 의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떠나 이런 식으로 피해 받은 여성봉사자들이 어디 가서 호소할 곳이 없다는 곳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역시 그 어떤 정신적 지원이나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은 나와 D의 상황을 목격했으나 위로도 무엇도 없었다. 아무튼 D는 내가 이 일을 몇 달 만에 그만둔 주된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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