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다시 중학교로 간다.
손에 전도할 물품을 쥔 채, 오후 4시.
교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그 속에서 뒷짐을 진 한 사람,
문득 나와 눈이 마주쳤다.
중학생 시절, 음악을 가르치던 선생님.
반가운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자,
나는 얼결에 그 온기를 잡는다.
오후 4시, 스치는 손끝에
머물렀던 3년의 시간이 스며든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음악 선생님이었던 그녀는 교장이 되었다.
내 기억 속 교복은 사라지고,
후배들은 스쳐 지나간다.
이제 웃으며 나눌 인사는
오직 교장 선생님뿐.
쑥스러움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만남 속,
남은 추억에 기대어 웃었다.
내일이 오면 이 만남도 사라지겠지만,
중학생이던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