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제가 시를 끄적인 지 1년 정도 되었습니다.
분명히 말하자면 제가 시를 찾은 게 아닙니다.
시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시가 제 인생에 끼어들었습니다.
운명 같은 만남이었지요.
작년 봄, 어느 갤러리의 코디네이터와 대화를 주고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 후로 그분이 제게 시집을 한 권씩 선물해 주셨습니다.
시집을 거의 읽어 본 적 없는 저에게는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세상에는 내가 알던 시와는 다르게 참으로 아픈 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어느 순간 시를 끄적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유명한 시인 한 분께 제 시를 보여드릴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께 호평은 아니더라도 응원 정도는 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詩는 고통의 순례와도 같은 성격이라서 일반인이 시에 빠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저를 위하신 말씀인 걸 알지만 마음이 울적해졌습니다.
맞아요, 저는 일반인입니다. 그래도 자꾸만 시가 끄적여지는 걸 어떡해요.
저는 제가 시답지 않은 시를 쓴다고 생각했어요.
이성복 시인은 무한화서라는 그의 책에 시 이거나 시 아니거나 어느 하나일 뿐, 시 비슷한 건 없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이건 詩이다!라고 말하기 부끄러운걸요. 이게 시인지 뭔지 모르고 쓰는 시여서 그래서 시인들이 보면 무시할 것도 같고 그렇다고 딱히 대책도 없어서 무시무시한 시일 것 같았어요.
그러나 시를 좋아하는걸요. 제 마음엔 시가 가득해서 詩詩한 詩가 되었어요.
저는 시시하고 귀여운 제 감성이 좋아요.
그리고 가끔은 슬픔 속에 푹 빠져서 눈물을 떨구며 써 내려가지는 제 시가 소중해요.
그리고 지구 어딘가에는 이런 나의 감성을 좋아해 줄 누군가가 살고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목차>
# 들어가는 말
제1장 살짝 웃긴 시
젓갈
낚시
기둥
운명
유언장
왜가리
백치미
은진이에게
이 순간/피천득
5월의 산책길에서
여름의 산자락에서
하산하는 길을 조심하라던 친구에게 바치는 詩
제2장 살짝 슬픈 시
산책
능력
은월
작별
비통
눈꺼풀
작별인사
갑을관계
기억 vs추억
거울 보는 소녀
낯선 이에게 기대어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공간
제3장 살짝 이상한 시
지문
눈빛
친구
오작동
오지랖
원시인
살인의 추억
느닷없는 사람
해운대 터미널
천사 잃은 날개
어느 시인에게 드리는 시
내 인생을 하루로 압축한다면
글은 곧 그 사람이라고 믿는 편
제4장 살짝 아픈 시
주소
현금
고아
편지
경계
초파리
밤하늘
소화불량
병상에서
무항생제
무식욕자
병든 시인
친구에게 1
친구에게 2
친구에게 3
웃장 성내과
겨울의 중심
지새우는 밤
뜨거운 아가씨
해보지 못한 말
새우잠을 자는 소녀에게
제5장 살짝 모르겠는 시
인
비
길
반
정상
물체
하나
사과
방황
경칩
까만색
나를 묻고
나는 동물이지만
다른 곳에 사니까
제6장 살짝 진지한 시
정리
모양
근황
탈피
낙엽
새벽별
소리 찾기
투명인간
운동장 트랙
파도의 포말
꿈속에서 쓴 시
용산역과 남영역 사이에서
아침빛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제7장 진짜 진지한 시
기적
인력
자아
터널
훈장
첫 번째 커피
독서의 계절
떠나는 사람
머그잔 손잡이
꽃과 벌 사이에서
# 나가는 말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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