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신문지
친구로부터 꽃선물이 왔다. 택배상자를 열어 꽃을 감싸고 있는 신문지를 펼쳤다. 꽃이 주는 행복에 미소 짓기도 잠시, 화사한 꽃보다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신문지 상의 동시 한 편.
보낸 이는 의도치 않았겠지만 꽃과 함께 동시까지 선물 받고 마음이 울컥하고 먹먹해졌다.
'어머니'라는 세 음절이 가져다주는 신비한 힘을 설명할 길이 없다.
-아침을 여는 동시
어머니 / 김종상
들로 가신 엄마생각, 책을 펼치면
책장은 그대로 푸른 보리밭.
이 많은 이랑의 어디만큼에
호미 들고 계실까 우리 엄마는.
글자의 이랑을 눈길로 타면서
엄마가 김을 매듯 책을 읽으면
싱싱한 보리숲 글줄 사이로
땀 젖은 흙냄새, 엄마 목소리.
동시집 <어머니 무명치마>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