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면 몸이 춥다, 추워서 이불을 덮는다, 덮으면 열이 더 오른다, 오르는 열을 참는다, 참으면 결국 죽는다, 참는 걸 제일 잘한다, 아니다, 미련한 걸 제일 잘한다, 그러나 미련한 건 언젠가 터지기 마련이다, 갈팡질팡한 마음을 벗으니 몸에 닭살이 돋는다, 몸은 늘 살려는 쪽으로 반응해 온다, 열도 그래서 나는 것이다, 열이 나면 나를 돌아보라는 신호다, 저체온증인 사람에게 그래서 고열이 자주 찾아드는 것일 수도 있다, 전우들을 만나러 간다, 병과 싸우는 사람을 환우라고 부르지 않고 전우라고 부르면 왠지 승리를 쟁취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군인들의 혈소판을 받아들인 여전사는 굵은 턱수염이 났다, 여전사는 그래도 여자이고 싶어서 레이저로 턱수염을 없앴다, 특전사 하나가 암과 싸운다, 2주 열세와 2주 승기를 반복한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그 2주 동안에는 손자병법을 공부하는지, 의사가 한사코 쉬라고 말을 하지만 명령 불복종, 결국 석사학위를 받아내지만 석사학위 딴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이게 미련인가, 삶의 투지인가, 내가 없는 삶에서 그 무엇이 의미인가, 18명의 전우들 속에서 두 명만이 살아남았다, 한 사람은 통증에 아파서 간호사들에게 꺼져!라고 외치곤 했던 사람이었고 한 사람은 뿌연한 창밖 너머로 마지막 잎새를 기어이 찾아다니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