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장 성내과>
내려진 셔터가
올라갈 생각을 안 하길래
주차하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지긋하신 의사 할아버지께서
소천(召天),
하늘이 불러서 가셨다.
곧 돌아가실 듯한 연세이긴 하셨다.
환자가 의사를 염려했으니까.
지팡이를 짚고 계셨지만
나보다는 눈빛이 살아 반짝이셨는데...
떠나간 이를 추억하는 것은 의무.
나도 의사 할아버지와
추억 하나 있다.
기초 검사 후에 다시 만난 의사가
뭐라 하는데 믿을 수 없었다.
"기름덩어리요?"
"고름 덩어리라고! 염증 덩어리!"
웃기면서 모욕적이었다.
사람 말리는 미열에
늘 시달리는 날 위해
시원한 사이다를 부어주셨던
추억 하나.
고마운 의사 어르신,
괜히 대꾸하다간
더 시원한 사이다를 부으실까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네, 네. 삶의 염증을 느낍니다.
그렇다고 염세주의자까진 아니에요.
정육점에서도 썰어 버리는
콜레스테롤 셀룰라이트 같은
흐물거리는 비곗덩이 같습니다요. 흥!
팔뚝을 찹찹 때리지 않고도
혈관주사를 놓으시던
간호사 아주머니,
사이다 의사 어르신 뒤에서
대추생강차 같은
뜨뜻 다정한 말을 건네주었던
간호사 이모.
다 함께 셔터 내리고
의사는 하늘로
간호사는 어디로
환자는 추억 속으로
병원 건물만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