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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잠을 자는 소녀에게

by 김추억

심장을 껴안고 자는 네 팔꿈치가
웅크린 너의 무릎에 닿아있어
그 모습이 작고 귀여운 새우를 닮은 거지
너의 척추를 펴주고 싶어
가느다란 두 다리도 슬며시 내려 주고 싶어
그럼 넌 비명을 지르겠지?
하늘을 보고 자려무나
이불도 없이 베개도 없이
화석처럼 굳은 소녀여
나는 네 목덜미
아니, 연약하기 짝이 없는 네 귓볼까지
이불을 눌러 덮어 주고파
너의 굽어진 등을 펴는 일이
곧 너의 죽음인 것을 이해하는 사람을 찾지 마
하늘을 보고 잠들지 못하는 너를
답답해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
분투하는 네 식은땀을
희고 순결한 손수건으로 슬며시 닦아 주고파
네가 깨어나면 나는 밤의 그림자 속에 스며들 거야
너의 긴 흑발만이 은하수처럼 흘러 내려서
밤의 정적을 빛나게 해
소녀여, 무슨 꿈을 꾸니?
그렁그렁한 네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너의 꿈속으로 들어갈게
문빗장을 열어줘
나도 네 옆에 누워 새우잠을 잔다



20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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