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먹물이 튀었다
하얗게 복구하려다
오히려 찢기고 구멍 난 종이처럼
그리 볼썽사납게 되었다
잘 되었다 싶은 체념,
까만색 속에 은신해야지
얼룩질까 두려운 밝음 속에서
터벅터벅 걸어 나와
밤하늘에 기대기 딱 좋은걸
나도 까만 밤이 되자마자
세상의 얼룩지고 찢긴 것들이
친구로 다가온다
다들 까만색에 파고들어
편한 숨소리 낸다
까맣게 파묻혀 유독 빛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빛나는 눈동자
강렬하게 빛나는 한가닥 의식
두 눈을 까만 어둠에 맡기면
어둠도 적응이 된다
희미한 어둠이 되는 순간이 온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는 순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