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식사의 단정함을 보여 주시네

- 공단 식당에서

by 시숨

공단 식당에서


공단의 점심시간

저마다 다른 직장, 다른 일로

바쁘다가도

배 채우는 일 하나 만큼은

모두 같은 일

모락모락 흰쌀밥 같이

북적이는 사람들


밥 네 다섯술 뜰때 쯤이면

오늘도 어김없이 들어오시는

나이 지긋하신 아재 한 분

경운기에 시동 걸 듯

위 아래로 삐걱이며

식사줄을 더 보태신다


왼쪽 다리에 담긴 사연이 기구해선지

틀어진 마디로 쩔뚝이시며

오늘도 식판을 들고

밥이며 찬이며, 국도 올리곤

온 몸이 흔들리는 걸음에도

치우치거나 쏟기지 않는,

한끼 식사의 단정함을 보여 주시네


그와 나 사이에는 섬이 없어

다만 오늘도 오셨구나 하고

속으로만 반갑게 인사하고는

식사를 하다가도

이따금 시선을 던져보는 호기심


혹 죽을 뻔 하다 살아나신

사고였을까

뼈와 살의 고통이

기억과 함께 깊게 베여있진 않으셨을까


하지만 늘 그의 이마와

눈 끝의 주름 속에는

연민의 시선과 상관없는

담담한 여유와 미소 한점이

넉넉한 반찬 처럼 담겨 있었고


절뚝이면서도

견고하고 힘차게 내딛는 걸음 속에

깊은 땀의 무게가

저울 처럼 묵직하게

눌리워지곤 하는

식사 시간이었던 것이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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