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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기획자 장PD May 30. 2024

머리는 사파의 고수처럼, 마음은 정파의 고수같이

매주 빠짐없이 챙겨 보고 있는 EO 채널의 사고 실험, 이번 주에는 의사 출신 소설 작가 이낙준님이 출연했는데 역시나 스킵 할 곳이 없을 정도로 흡입력 있었다. 나는 보통 어떠한 영상을 볼 때, 보는 도중에 마음에 와닿는 장면과 다 보고 난 이후에 생각나는 인상 깊은 장면들이 따로 있다. 오늘은 다 보고 난 이후에 계속 떠올랐던 장면에서 생각했던 것을 남겨보고자 한다.


이낙준 작가의 원래 직업은 의사였다. 현재 닥터프렌즈라는 유튜브에도 출연하고 있으며, 의학 공부를 할 때부터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글을 적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개원 준비를 하려다가 코로나가 터졌고, 이 타이밍에 자신의 웹소설이 대박 나면서 완전히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낙준 작가는 아주 어릴 때부터 글을 쓰던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뚜렷한 직업이 있는데 중간에 커리어를 완전히 전환한 케이스다. 이러한 과정을 이낙준 작가는 ‘정파의 고수와 사파의 고수’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설명한다.

내 머릿속에 계속해서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로 이 용어였다. ‘정파의 고수와 사파의 고수’


이 표현과 의미가 매우 흥미로웠고, 무협지를 보거나 게임을 아예 하지 않았기 때문이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용어였다.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쓰는 말은 아니라서 생각보다 용어 풀이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었는데, 한자의 뜻과 제한된 자료를 종합하여 풀이하자면


정파는 ‘바른 무리’ 즉,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 오랜 시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실력을 쌓는, 소위 ’정석대로’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사파는 그 반대 개념이며 과거에는 주인공과 대치되는 악당 무리로 표현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경향이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오히려 정석이 아닌 방법으로도 고수가 될 수 있는, 고정관념을 깨 신개념 캐릭터로 표현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낙준 작가는 자신을 ‘사파’라고 표현한다. 어릴 때부터 정통 코스를 밟고, 글을 써왔던 사람도 아니고 작가로 치면 아주 늦은 나이에 데뷔한 것이니 정석대로 글을 배우고, 수련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어떠한 일을 해나갈 때 ‘정파의 자세가 맞을까? 또는 사파의 자세가 맞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는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내공을 쌓는 ‘정파’의 길을 지지하는 듯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엔 ‘꼭 정석대로 해야 하나?’의 질문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파의 자세로 수행을 하다 보면 언젠가 ‘자동화’되는 지점이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나는 여기서 진짜 고수가 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자동화의 장점은 에너지 절약에 있는데 이는 처음에는 고되고, 매우 힘들었던 일이 어느 순간 적응되면서 처음보단 머리를 덜 쓰게 된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머리를 덜 쓰게 되는 상태를 현상 유지할 것인지(컴포트 존에서 계속 머물 것인가?) 아니면 머리를 덜 쓰게 되는 상태를 새로운 확장의 단계로 인지하고, 스스로 난이도를 높일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데 인간의 본능은 당연히 후자보단 전자에 더 힘이 쏠린다.


반면 사파의 자세로 수행을 하게 되면 정파 대비 시간적으로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했기에 어떡해서든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낼 수밖에 없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런 자세가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방법과 개념에 대해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생각이 세상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고 하지만, 시간으로 쌓은 단단함도 무시할 수는 없다.


조금 뻔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정파의 핵심적인 장점과 사파의 핵심적인 장점을 결합한 자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 둘을 결합하게 되면 수행하는 자세의 핵심은 ‘의도적인 반복’이 된다. 그냥 자동화된 반복이 아니라 ‘의도성’을 가진 반복이어야 한다. 반복을 통해 시간의 힘으로 단단함을 쌓아가되, 익숙함의 저주에 빠지지 않고 생각을 놓치지 않는 자세다.


하나의 일을 오랜 시간 해왔다고 해서 모두가 전문가 되고, 고수가 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업계만 해도 시간으로 경력을 채운 '물경력'을 수도 없이 봐왔다. 이는 시간이 무조건 힘을 갖는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대부분은 익숙함의 저주에 빠져 컴포트 존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물론 이걸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컴포트 존을 고수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이고,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관과 에너지를 쓰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견뎌 자신만의 컴포트 존을 만든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을만하다. 그러나 ‘고수’의 영역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이 컴포트 존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또한 컴포트 존을 박차고 나온다는 의미가 꼭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고수’라고 느꼈던 사람(정말 잘 한 다정도는 느껴도 고수라고 느낀 사람은 흔하지 않음)의 대부분은 정파와 사파의 면모를 둘 다 가지고 있었다. 꾸준히 하는 것은 기본이고, 모든 행동에 ‘의도’가 있다. ‘그냥 하는 것’이 없다. 이게 일터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의 행동들도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일터에서는 당연히 일을 해야 하니, 의도성을 가지고 하는 행동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진짜 고수들은 의도성이 담긴 행동의 반복을 일터에서만 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도성을 담은 수행들이 일상의 영역까지 확장되어 반복을 하고 있으니 즉, 평소의 시간을 수행의 시간으로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니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실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평소의 시간은 차치하더라도 우선적으로 스스로 컴포트 존 밖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간단하게 아래 질문을 던져보면서 점검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반복을 통해 차이를 만들어냈는가? 

2. 그 차이를 시각화하여 표현할 수 있는가? 

3. 그 차이의 결과물이 물질적인 가치로 교환 가능한 수준인가?(회사의 소속이 아닌 독립된 상태에서 교환 가능한 수준)

4. 그 가치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가?


위 질문의 대답이 모두 YES가 아니라 해도 실망하지 말자. 이제부터라도 수행하는 자세를 교정해나가면 된다. 꾸준히 반복하되, 익숙함의 저주(컴포트 존)에서 빠져나오자. 마치, ‘머리는 사파의 고수처럼, 마음은 정파의 고수와 같이’

출처 : EO 사고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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