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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이름으로 10... 분노(憤怒)의 포도(鋪道)

인생의 길

by 소망


님, 감사합니다.


으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맛보게 해 주심에.


늘 한결같으면 좋을 喜는 기쁨이라 좋고요.


怒와 哀도 지나가면

그도 좋았노라 할 수 있으니까요.


樂으로 가끔은 살맛도 납니다.



그럭저럭 적응이란 무기를

주셔서 지나칠 수 있습니다.


하루만큼씩 달라지니까요.



이해 가능합니다.


주신 것이 온전한 몸이었으니

관리 탓도 있겠지요.



자연의 이치이니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저만이 아닌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니까요.



그러나...

의식 속에서

흐르는 아련한 그리움은

제 것이고 싶지 않습니다.

늘 던져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 몸에 새겨지는 강한 인상은

지나치게 오래갑니다.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는

포도(鋪道) 위 아지랑이 같은 잔상은

꼭 그리움입니다.


그 어느 때인지도 모를...


그래서 더 아련하고 그립습니다.


인생의 짙은 그리움 속에서

불안에 서성이고

낯설어 두리번거리며


반복되는 인생길을 늘 걸어왔습니다.


지나온 길에서 만난

그 여자

그 남자

그 아이.

그들은 아기이고 어린이이고 청년이고 중년이고 노인이었습니다.


제겐 슬픔이었습니다.


선물이라면 사양하고 싶습니다.

다음엔 거부하고 싶습니다.


제게 인생은 아직 '분노(憤怒)의 포도(鋪道)' 일뿐입니다.






PS- 저의 생로병사는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인간에게서 느끼는 슬픔과 그리움, 생로병사를 느끼며 살아야 하는 존재인 인간에 대한 연민은 제겐 슬픔이며 지나쳐온 인연은 그리움입니다.


아직 신의 뜻을 거스르고 싶은 제게는 인생은 분노로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는 포도라 외치고 싶을 뿐입니다.


가끔은 포도 위에서 돌아온 길을 돌아보며 계속 걸어가야하는지 주춤거리는 제 외로운 모습을 봅니다. 그래도 감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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