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paceX
많은 뉴스들이 여전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그로 인한 우리 사회의 여파를 얘기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오늘 새벽, 유튜브를 통한 라이브 중계를 보며 섬뜩함을 느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 X가 달·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의 다섯 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이 1단계 추진체(부스터)를 우주에서 지구의 발사한 자리로 되돌아와 수직 착륙을 하게 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한 것이다.
스타십은 스페이스 X가 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우주선이다. 지금까지 스페이스 X가 회수에 성공해서 이제는 로켓을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떠들던 일들은 로켓이 기존 발사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되돌아온 것이었고 일부 파손도 발생한 불완전한 일이었는데, 이제 부스터가 발사대로 귀환하게 되면 더욱 빠른 재사용이 가능해 비용을 보다 더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발사 약 3분 만에 전체 2단 발사체의 아랫부분인 슈퍼헤비 로켓이 상단 우주선 스타십에서 순조롭게 분리됐고, 발사 약 7분 만에 1단계 로켓 추진체인 슈퍼헤비가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와 출발했던 발사대로 수직 착륙하는 데는 발사탑의 ‘젓가락 팔’(대형 로봇팔)이 떨어지는 추진체를 공중에서 붙잡아 발사대에 거치하는 기술이 처음으로 시도됐다고 한다.
발사 이후 지구 저궤도까지 치솟았던 슈퍼헤비가 스타십과 분리된 이후 지상의 발사탑에 근접하면서 역추진 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줄이고, 동시에 젓가락 모양으로 평행한 구조의 대형 로봇팔 2개가 슈퍼헤비를 붙잡아 발사대에 무사히 착륙시키는 광경은 탄성을 자아내게 하더라.
이 로봇 팔은 영화 속 괴물 ‘고질라’에서 이름을 따 ‘메카질라’(Mechazilla)라고 부른다고 한다. 메카질라가 추진체 슈퍼헤비를 감싸안자 스페이스 X 엔지니어와 직원들 사이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스페이스 X 직원들은 “마법과 같다”며 환호성을 질렀고, 머스크는 엑스(트위터)에 “타워가 로켓을 잡았다”라고 적었다. 스페이스 X의 케이트 타이스 엔지니어는 “공학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많은 과학자, 천문학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환호하는 분명한 기술적 쾌거이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최첨단 지구 공학기술의 집약체요, 앞으로의 우주시대를 앞당길 낭보임에 틀림없지만, 난 왜 무언가 불편하고 마뜩지 않은 찜찜함이 느껴지는 것일까.
스페이스 X, 로켓 재활용 새 이정표… 슈퍼헤비 로켓 `젓가락 팔`로 잡아 `회수` 성공
“공학사에 길이 남아” 스페이스 X 스타십 추진체 귀환
발사 비용 획기적으로 줄여
스페이스 X, 슈퍼헤비 로켓 ‘젓가락 팔’로 잡는 착륙 첫 성공
우리나라 언론에 보도된 기사의 몇몇 제목들이다.
스페이스 X는 지난 9년 동안 소형 팰컨 9 로켓의 1단계 부스터를 지구로 회수해 재활용해 왔다. 덕분에 발사 속도가 빨라지고 스페이스 X는 발사비용 수백만 달러를 아낄 수 있었지만, 이들 부스터들은 발사대에서 몇 마일 떨어진 바다 위 바지선 등으로 되돌아온 것이고, 그나마 부분 파괴되기도 해 일부만 재사용되어 왔다.
이제 스타십의 두 가지 주요 부분, 위성이나 승객을 실어 나를 스타십 우주선과 이를 밀어 올려주는 부스터 모두를 온전히 회수하려고 하는 스페이스 X의 목표는 눈앞에 다가왔다. 이날 시험 비행에서 부스터는 발사대로, 우주선은 인도양의 예정된 위치로 회수됐다.
부스터가 발사했던 자리로 되돌아오면 신속한 재사용이 가능해져 우주 비행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어 AP통신이 “30분 만에 재발사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내다본 것처럼 향후 스타십이 하루에 여러 차례 비행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화성을 개척해 인류가 이주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로 스타십을 개발해 온 일론 머스크의 어깨가 으쓱할 일. 이 우주선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달에 보내려고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3단계 임무에도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느 페친 분의 담벼락을 보니 이렇게 표현하셨더라.
“ 부산의 해운대 50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100km 높이까지 냅따 던져 올린다. 이제 초당 1km 속도로 떨어지는 그 아파트를 다시 두 팔로 사뿐하게 즈려 잡는다.
스페이스 X 미친놈들이 결국 해냈다
- 우주식민지 건설 시작 “
이라고..
실제 스타십은 길이 50m·직경 9m 규모로 내부에 150t까지 적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역대 최대 로켓인 슈퍼 헤비(길이 71m)까지 더하면 발사체 총길이는 121m에 달한다.
일론머스크 안 그래도 요즘 너무 꼴보기 싫었는데 이건 진짜.. 국가적 사업인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도 스페이스 X의 로켓을 쓰기로 한 마당이니 말 다했다.
"인류가 여러 행성에서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큰 발걸음이 오늘 이뤄졌다"고 자평했다는 그의 말처럼 장밋빛 전망만 하면 되는 문제일까.
이 멋지고 굉장한 성공을 바라보는 내 마음엔 왜 암울함이 깃드는 것일까.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CEO이기도 한 그는 전기차 의무를 폐지하겠다고 하고 기존 석유기반의 전통산업 체제를 옹호하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동안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그가 최근 왜 갑자기 트럼프의 극렬 지지자가 되어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선거유세 현장에서 날뛰며 캠페인에 자신의 돈까지 살포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바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어떤 판단을 하게 되었다는 것. 실제 당장의 전기차 문제를 제외한 스페이스 X 같은 우주사업은 국가적으로도 적극적으로 밀어줄 수밖에 없는 영역이고 트럼프는 언제든 자신의 말을 바꿔 전기차 의무화 폐지 공약을 뒤집을 수도 있는 사람이니 말이다.
애초에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가진 불확실성, 이기심, 결국 인간의 욕망이 문제겠지만 그것은 일론 머스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문제이자 한계인 지점.
지난 글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한 부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런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고 극복하기 위한 전 지구적 합의와 함께 새로운 우주조약, 규제방안 등의 시스템 구축이 더욱 시급해졌다고 본다.
국제우주법에 기초해 1967년에 발효된 우주조약 - 정확히는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 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 Outer Space Treaty, Treaty on Principles Governing the Activities of States in the Exploration and Use of Outer Space, including the Moon and Other Celestial Bodies - 은 오늘날에도 평화적인 우주 활동의 기초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국가 간의 협의 내용으로 산업에 필수적인 주요 희귀 금속 같은 광물들에 대한 외계 자원의 채취에 대한 내용이라든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활동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이다.
기존의 우주조약이 국가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으로 ‘국가’라는 조직 형태에 대한 규제만을 다룬다는 점은 과거 냉전시대에는 미국이나 소련 같은 초강대국이 아니면 우주탐사 능력을 가진 주체가 없었기 때문에 이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스페이스 X 와 같이 국가가 아니더라도 우주탐사에 대한 욕망과 능력을 가진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들의 기술적 성취가 급진전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조약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이 아닌 이들을 관리하고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맹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주에서 활동하는 기업이 국가의 공공업무의 아웃소싱을 수행할 경우에는 기존 우주조약의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국가 위탁 업무가 아닌 민간기업의 순수한 영리 활동에 대한 문제를 이 조약은 다루고 있지 않다. 오히려 기존 우주조약은 국가의 규제가 우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까지 있는 것이다.
우주탐사 및 개발에 대한 전 지구적인 관리시스템의 보완 없이 기술만 발전하는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재의 조약으로는 국가는 우주에서 물리적 공권력을 행사할 권리가 없기 때문에, 기업들이 우주에 소유하고 있지만 소유에 대한 법적 근거는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무법지대에 위치한 자신들의 자산을 보호하려면 가령 스스로 무장을 하거나 용병을 고용하는 등의 자력구제를 행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수많은 SF영화에서 그려왔던 그 장면들, 바로 우주판 서부개척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는 우주 쓰레기 문제도 있다.
광범위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용도로 제작되어 지금도 수없이 많은 위성들을 근 지구 궤도로 쏘아 올리고 있는 스페이스 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어느 순간 지구적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들이 많아질수록 충돌의 위험이 커지고, 이 충돌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마치 토성의 고리처럼 파손된 인공위성의 잔해들이 지구를 감싸 인류가 지구 밖으로 진출하기는커녕, GPS 등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모든 기술이 중지됨으로써 인류 문명이 1960년대 중 후반 수준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영화 그래비티에서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기존 우주조약의 맹점은 하루빨리 보완해야만 한다.
혹자는 국가 간의 조약이므로 특정 국가 내에 소속된 기업들도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힘의 논리로 좌지우지되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한다면 그게 얼마나 공허한 외침인지 자문해 보라.
지금 이스라엘 한 나라의 무도한 행위도 아무런 국제법으로도 옭아매지 못하고 심지어 초강대국 미국조차 유대인의 눈치를 보며 선거에 묶여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기존 우주조약의 개정이나 정부가 아닌 조직이나 기업들까지 포괄하고 우주쓰레기 문제까지 담아내는 새로운 우주조약의 체결을 미국이 앞장서서 강력하게 주장하고 전 지구적인 관리 및 규제에 힘쓰려 한다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것 같다.
미국 역시 자국과 자국 기업들의 우주경쟁에서의 선점을 원할테니 말이다. 역사상 미국은 단 한 번도 순수한 의도로 선한 적이 없었다. 선한 의도와 명분으로 자국의 이익을 숨기고 포장했을 뿐. 이는 미국이라는 특정국가를 탓한다기보다는 인간 세상의 질서가 그러하다는 것.
이제 스페이스 X 같은 기업들이 국가의 비호와 상호부조 속에서 우주의 자원을 선점하여 독차지하고 그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는 세상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웨이랜드 유타니’ 같은 회사 말이다.
심플하게 생각하면 지구 안에서 일어나던 일의 스케일만 우주로 확장돼 커질 뿐인 일이긴 하지만, 결국 그래서 미래에는 국가 간 격차와 특정 기업의 강력한 부상, 더욱 심화되는 빈부격차 같은 일들이 그만큼 비례해서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그런 디스토피아적 영화 속에서의 일들을, 아직 내가 살아있을 때 보게 될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아마도 이번 시험비행을 성공시킨 기업의 CEO가 하필 일론 머스크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환호성을 지르는 열띤 분위기의 라이브 영상을 시청하며 드는 암울한 기운과 그것에 몸서리쳐지는 밤이었다고 하면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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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S1eUgsM4RGA?si=jKjH8QTb1_yZznoe
(2:36)
https://youtu.be/jUSWUwbjTtQ?si=14q5Ehw0BN8BebbK
(05:27)
https://youtu.be/b28zbsnk-48?si=djakoGSSsaeqjYbJ
(10:21)
https://youtube.com/shorts/lYpwN_IRok0?si=HmpRUi_pXJeT-Yzw
(00:52)
위의 링크들은 관련 영상이다.
(중간 전체 10분 정도 영상은, 대략 6:30 정도부터 봐도 무방하다)
과연 박수만 쳐도 될 일인지..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