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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사랑의 흔적

by 자크슈타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시간의 끝자락에 걸터앉은 여인아

어떤 고통에 잠겨 있길래

상처를 가린 듯한 침묵의 외투가 보여


침묵조차 벗겨버린 듯한 무관심에

고독을 휘감아 사라지는 연기처럼

한 손엔 담배를, 다른 손으론 무릎을 안고

애써 저항해 보지만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 이름 무엇으로 불리든

사랑이란 끝내 타지 않는 것임을

다가갈수록 뒷걸음쳐 사라지는 것임을


여인의 등을 타고 시간이 흘러내린다

아픈 기억들 비처럼 쏟아내지도 못해

평생의 사랑을 기다려 왔지만

고독으로 증명되는 존재의 이유


한 폭의 유화처럼 마음속 깊은 방에서

눈물 없이 울고, 사랑 없이 사랑하며

존재 그 자체로 누구인가 품을 수 있기를

여인의 심연에 닿았기를 바라


고독이란 못 올 것을 사랑한 흔적

사랑의 부재를 견뎌낸 훈장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벽을 등지고 앉아

오지 않을 사랑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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