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on Oct 08. 2024

2024.10.21 영업을 종료합니다.

2nd 화요일에 떠오르는 그 이름, 라이픈커피(Reifencoffee)

태어나서 서울 다음으로 가장 많이 가본 곳이 강원도인 것 같다. 특히 속초는 당일치기로, 1박 2일로, 여름휴가로 1년에 5번도 다녀온 기억이 있을 만큼 내가 사랑하는 도시이다. 그 이유를 묻는다면, 바다와 성난 파도가 있고,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조용하지만 조용하지만은 않은 강원도만의 분위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12월생인 첫째가 태어나고 난 후부터 자연스럽게 그 해의 마지막을 강원도에서 보내며 첫째 생일을 축하해주기도 하고, 둘째가 태어난 후부터는 한 해 동안 느낀 점이나 아쉬웠던 점을 나누는 시간을 강원도에서 가졌다. 내가 강원도를 갈 때마다 빠지지 않는 코스가 바로 카페방문. 

(카페에 대한 글은 따로 주제를 잡고 연재하고 싶을 만큼 간단하게 넘어가고 싶지 않다. 

카페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리라.)


브랜드가 무엇인지 글을 쓰고 나서 일상 속에서 내가 만나는 브랜드에 대해 쓰리라 마음먹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른 브랜드가 바로 라이픈커피(Reifencoffee)이다. 강원도의 수많은 카페들을 가봤지만, 강원도를 갈 때마다 생각나고, 가고 싶고, 심지어 라이픈커피를 가고 싶어 속초에 가야겠다 마음먹게 되는 곳은 처음이었다. 속초에 위치한 카페들은 그 지역의 특성을 살려, 바닷가 앞에 위치해 있고, 

바다를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를 '핫플'이라 부르고, 그것이 정석이다. 

라이픈은 속초에 있지만 바다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도 없는 속초중앙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다. 

사진첩을 뒤져보니 라이픈커피를 처음 방문한 때는 2022년 2월 28일이었던 것 같다. 

처음방문했을 때 조용하지만 지루하지 않고, 

소박한 것 같지만 자신만의 힘이 느껴지는 라이픈만의 묘한 분위기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2022.2.28

학생들에게 브랜드를 가르치며,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브랜드철학(가치관, 메시지)을 소비자와 만나는

모든 접점에서 일관성 있게 드러내고 경험하게 할 때, 그 브랜드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더욱 강력한 정체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라이픈이 그러했다.

라이픈커피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공간

'올 사람만 오세요'라고 말하듯이, 의도된 전략으로 접근하지 않은 시크한 매장의 위치, 

꾸미지 않은 듯하시지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각적인 스타일과 

조용하지만 따뜻하고 상냥하신 두 분의 카페사장님, 

두 분의 감각이 느끼지는 직접 디자인하신 원두패키지 디자인과 메뉴판, 

두 사장님의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이 느껴지는 따스한 책큐레이션, 

매번 바뀌지만 라이픈만의 색깔이 베어나는 다양한 디저트, 

라이픈인스타에 올라오는 두 사장님의 숲길산책로와 생각 등.

라이픈커피의 디자인작업들

 라이픈커피와의 모든 접점에서 라이픈커피만의 따뜻하지만 과하지 않고, 

무겁지 않지만 힘이 있는 아이덴티티가 느껴졌다. 

핸드폰이 없는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라이픈에 가서 체스를 두거나 책을 읽었는데, 

그해도 어김없이 1년 만에 라이픈에 방문했는데, 올해도 체스를 두실 거냐고 미소 지으며 물으시는 여자사장님의 질문에 1년에 한 번 오는 손님도 기억하실 만큼 사람을 귀히 여시는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라이픈커피에서 ( 2022.12.30 / 2022.8.12 / 2023.12.25 )

무엇보다 라이픈커피만의 감성과 가치관이 명확히 드러나는 책큐레이션은 라이픈커피를 단순한 카페로만 받아들여지지 않게 하는 힘을 더했다. 

라이픈에서 구매한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는 학교강의, 프로젝트, 두 아들의 엄마로 분단위로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다. 하루하루 감당하기도 쉽지 않았던 나에게

지금이 아닌 미래의 내 모습을 고민하게 해 주었던 책.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는 사소한 일상들을 귀하고, 가치 있게 쌓아가는 센스쟁이 할머니의 모습이

나에게는 라이픈과 같은 강인한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어느 날은 라이픈커피 인스타에 올라온 다큐멘터리 '인생후르츠'를 보게 되었고,

젊음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고,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라이픈사장님의 추천 다큐멘터리, '인생후루츠' /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 / 라이픈커피에서 세 남자는 독서중 (2022.8.19)

라이픈커피는 좋아하는 속초에서 커피 마시며 잠시의 여유를 즐기는 정도가 아닌, 

카페이상의 가치를 전달해 주었다. 


얼마 전 2024년 10월경에 카페문을 닫으신다는 인스타피드를 보고 얼마나 놀라고 아쉬웠던지. 

카페가 잘 안 되서도 아니고, 잠시 쉬어가시려 한다는 카페사장님의 그 결정이 라이픈커피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감성과 너무 직결되어 아쉽지만 이 또한 라이픈커피임을 받아들이게 된다.


오늘 이 글을 적으며 느낀 라이픈커피 브랜드 인사이트는, "나의 핵심고객이 될 소비자들 파악하고, 

그들의 니즈에 맞추어 인위적인 브랜드전략을 실행하기보다, 

나 스스로를 그대로 드러내어 그 정체성에 반응하는 고객들을 귀히 대하겠다는

라이픈다움이 라이픈커피만의 가치"라는 생각이 든다.



"의도적인 브랜딩이 아닌, 라이픈커피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라이픈다움"



그 자연스러움을 이제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문을 닫기 전 한 번이라도 속초로 달려가 아쉬움을 달래고 싶지만

공사다망한 상황에서 그러지 못하고 인스타피드를 보며,

라이픈커피에 대한 글을 쓰며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오늘의 브랜드 이야기는 여기까지. 더 명료하고 힘이 있는 글을 향해 앞으로도 파이팅.
























이전 01화 What is BRAN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