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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줄 수 있는 사랑.

[D-81. Sentence]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by Mooon

D-81. Sentence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


@vincent_market (내가 엄마가 되어도 될까_장보영)

엄마로 살아가면서

가장 괴롭고 잊히지 않는 순간 중에 하나는

내가 부족하고, 무지해서

아이들에게 잘못했었던 순간들이다.


나에게도

지워지지 않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첫째가 아주 어렸을 때,

어느 날 아침,

작은 주방에 서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내가 뒷모습을 보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동안


첫째는 주방수납장 위쪽에

있었던 전자레인지로 의자를 밟고 올라가,

전자레인지 문을 열고

안에 있던 유리판을 들어,

그대로 주방바닥으로 놓아버렸다.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뒤를 돌아보았고,

순간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주방과 거실바닥에는

산산조각 난 전자레인지 유리판 조각들이

사방에 퍼져있었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신발장으로 달려가

첫째에게 신발을 신기고 안방으로 들여보냈다.


주방과 거실바닥을 하염없이

울면서 닦고 닦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에 나는.

박사졸업 후 매일 취업에서

낙방하고 있었고

몸은 집에서 아들을 온전히 돌봤지만,

마음은 스스로 자책하며 한없이 무거웠던 그때.


거실과 주방바닥을 치우며

흘렸던 눈물은 산산조각이 나

사방에 퍼진 유리조각 때문이 아니라

그때의 내 상황으로 인한 서러움과 답답함이었다.


왜 그랬냐고 아들에게 소리쳤던 고함은

어린 첫째가 아닌,

답답했던 나 자신에게,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부르짖음이었다.


오늘은 둘째 아들이 유치원을 졸업했다.

첫째를 키워봤음에도

둘째 아들에게도 엄마로서 동일한 부족함을

보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두 아이를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맡겨주신 이유는

내가 두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엄마이기 때문임을 안다.


완벽한 엄마는 될 수 없지만,

분명 두 아이에게

나만이 줄 수 있는 사랑이 있음을 믿는다.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그 가치를 알기에,

오늘도 마음 다해 채워가고자 한다.


막내아들, 유치원 졸업 축하해.

내 아들이어서 고맙고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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