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9. Sentence] 정지의 힘: 무엇이 되지 않을 이유
D-79. Sentence
"무엇이 되지 않을 이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함께 회사를 다니며 같은 팀에서 근무했고,
같은 학교, 같은 지도교수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았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출산했고
함께 논문도 여러 편 쓰고,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그렇게 선생님과 알고 지내온지
벌써, 15년이 다되어간다.
참 많은 대화들과 생각들을 나누었고,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지금까지 달려오던 모든 것을 멈추고,
Doing이 아닌 Being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 선생님이
어제 나에게 보내주신 시 한 편.
어제 오랜만에 통화를 하며,
재임용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하는 나에게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나의 존재자체가 귀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무엇이 되어있기 때문이 아닌,
무엇을 하고 있어서가 아닌.
단지 '나'라는 사람으로
두 아들에게는 참 귀한 엄마이고,
남편에게는 참 귀한 아내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맡은 역할에 대한 결과로
나 자신을 평가하고, 때론 자책하는
나를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봤던 선생님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그 무엇이 되기 위해서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온 것 같다.
Doing이 아닌 Being에
더 가치를 두는 진짜 삶을 고민하게 된다.
멈춤을 주신 이유를
고민하게 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