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8. Sentence] 나중에 보상이 오는 것을 견딜 수 있는 능
D-78. Sentence
"나중에 보상이 오는 것을 견딜 수 있는 능력"
즉각적인 것에 중독되어 있는 세상.
경마장에 갔는데 달리던 말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가 석 달만에 돌아온다면
경마장에서 베팅을 하겠느냐는
교수님의 질문에 깊이 공감이 되었다.
내가 한 노력에 대해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기를 바라는 것이
사람의 본능인듯하다.
결혼하자마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학교를 다니며 첫째를 임신했고,
첫째가 태어난 지 100일이 되었을 때
종합시험을 치뤘다.
본격적으로 졸업논문을 시작했을 땐
매일 아침 시댁에 첫째를 맡기고
시댁 앞 스벅에서 저녁까지 논문을 쓰고
저녁에 다시 시댁에 가 저녁을 해드리고,
첫째를 데리고 집으로 와,
남편에게 첫째를 맡기고,
새벽까지 논문을 쓰며 6개월을 보냈다.
그때는 어떻게든 빨리 졸업해야 한다는 생각에,
졸업만 하면 바로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뒤도 안 돌아보고 돌진했다.
그런데 4,5킬로가 빠져가며,
어린 첫째를 어머님께 맡겨가며,
지도교수님께 독하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졸업했지만, 그에 대한 보상은 즉각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학위만 있으면
금방 취업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만의 엄청난 착각이었다는 것을
1년 동안 뼈저리게 경험했다.
졸업 후 1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취업원서 쓰고,
연구계획서 쓰고, 면접 보며 보냈지만
결국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늘 서류를 통과하고, 1,2차 실무자 면접을 지나
최종면접에서 떨어지는 일들을 1년간 반복하며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다.
그해 가을쯤.
남편과 첫째와 강원도 속초로 여행 가,
붙을 거라 많은 기대를 했던
국립현대미술관 최종 불합격 문자를
차 안에서 보고,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참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보상이 오는 것을 견딜 수 있는 능력."
성숙함이라고 한다.
참 젊었고,
너무도 미숙했기에,
내 뜻대로, 내 예상대로 되지 않았던 그때는
독하게 달려왔던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결과가
보이지 않으니, 참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그때에 비해
지금의 나는 성숙해져 있는가.
성숙해져 있다면 얼마나 더 온전해져 있을까.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여전히 예상치 못했던 결과에 휘청대는
미성숙한 사람이지만,
자기 회복력의 속도가 시간이 갈수록
더더 짧아지기를 소망하게 된다.
어제보다 오늘,
나는 더 성숙해져 있는지 자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