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6. Sentence] 나를 지탱해 주는 것들
D-96. Sentence
"나를 지탱해 주는 것들"
오늘아침도 중딩, 초딩아들과 등교전쟁을
치루고나니 온 영혼이 털린 기분이었다.
이대로 오늘하루를 보내고 싶지않아
아침부터 둘째 학교앞에서 손흔들어주고
부랴부랴
내가 좋아하는 연희동 비전 스트롤로 직행.
맛나는 라떼로 휴휴.
둘째 하교 전까지
연희동에서 작업을 진행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타기 전
가보고싶었던 문구편집샵에 들렀다.
Beesket Studio(비스켓스튜디오)는
부부가 운영하시는
종이류 문구를 주로 파는 문구샵이었다.
2층에 있었고, 올라가자마자
현관에 붙어있던 포스터 한장.
포스터 속, 두 아이가
부부 사장님의 자녀들인듯했다.
문구샵을 천천히 한번 돌아보고,
돌아나오며 다시 포스터를 보는데
눈에 들어오는 문장 하나.
"나를 지탱해주는 것들"
포스터 속 귀여운
두 아이를 이야기하고싶으신 듯했다.
나를 지탱해주는 것들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매일아침 나의 혼을 쏙 빼놓고,
내 말은 전혀 안들리는듯
말안듣기의 절대강자, 두 아들들이
정말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지 고민하게된다.
순간순간, 하루하루를 돌아보면
지탱은 커녕,
서 있으려는 나를 뒤흔드는 두 아들들이다.
그럼에도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두 아들들의 키성장을 도와주는 영양제를 챙기고,
단백질이 들어간 아침을 챙기고,
참다참다 '학교에 빨리 가버려'
소리를 지르다가도,
'추운데 잠바 입고 가! 미세먼지 안좋으니 마스크 써!'
새집을 지은 아들머리를 보면,
눌러서 멀쩡하게 보이게 만들고 싶고.
나를 지탱해주는 큰 버팀목 중 하나가
두 아들들인걸 어찌 부정하겠는가.
'엄마는 강하다.'라고 하지만
오늘아침은 '엄마도 사람이다.'라고 말해버렸다.
하루는 길게 느껴지지만
벌써 3월인걸 보면,
두 아들들에게 소리 지르며
등교전쟁을 치룰 날도 금방 지나갈 것 같다.
그 때까지 도망가지말고
내 자리를 지켜가자.
아들 둘 엄마는
괜히 목소리가 변하는게 아닌듯.
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