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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안의 나만의 겨울

[D-353] 여름 안의 나만의 여름

by Mooon

D-353. Sentence

여름 안의 나만의 여름


IMG_2311.HEIC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

오늘 오전으로 지원사업 최종발표자료 제출이 끝났다.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두 달간 지역조사를 진행해오며 머릿속으로 계속 최종발표자료를 그려왔다. 어떻게 구조를 잡을지, 어떻게 우리의 노력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두 달 넘도록 쌓인 노력들을 7분 안에 담아내려 하니 생각만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지역조사 동안 찍었던 몇백 장의 사진 속에서 어떤 사진이 가장 마음을 담아낼지 고르는 데에만도 많은 시간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 제출 마감 13분 전. 자료를 제출하고, 메일이 잘 도착했는지 운영사무국에 확인 전화를 하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다.


왜 그렇게 힘을 쏟고 고민하고 고뇌했을까. 생각해보면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번 지원사업을 위해 마음을 모아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쏟았던 세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그 시간들을 어떻게 하면 더 빛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것 같다. 제출하고 나니 비로소 눈에 들어온 문장 하나.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어야만 해.” 문득 떠올랐다. 생각지도 못한 어느 여름날. 브런치 작가님들의 단톡방에 초대되었던 그 날. 분 단위로 사는 워킹맘이라 실시간으로 오가는 대화에 잘 끼지 못했지만, 작가님들이 매거진을 발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슨 용기였는지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여름날, 작은 마음을 모아 글을 발행했었다.


그 후로 단톡방에도, 매거진에도 참여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다 얼마 전, 내가 미약하게 참여했던 <여름매거진>이 책으로 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글 한 번 쓴 것 외에는 무언가 기여한 게 없는데 물성을 가진 책을 받아보니,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마음을 모아 애쓰셨던 작가님들께 미안함이 밀려왔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자세히 책을 읽고, 글 하나하나를 읽어보는 중이다.


내가 단 한 번 썼던 글의 제목은 <여름 안의 나만의 여름>이었다.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간담이 녹을 정도로 더웠던 이번 여름, 두 아들과 함께한 여름방학 이야기였다. 짧고 굵었던 그 여름. 그땐 시간이 참 안 간다 생각했는데, 오늘은 코트를 입고 나오니 “왜 패딩을 입지 않았을까” 후회될 만큼 겨울이 되어 있었다. 여름 안의 나만의 여름이 있듯, 이번 겨울에도 나만의 겨울이 시작되겠지. 나의 겨울이 너무 춥지만도, 너무 지루하지만도 않기를 바래본다. 이 추운 날 반팔에 체육복 하나 걸치고 등교하는 예비 중2 아들과 함께 산다면 지루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아무튼, 오늘은 좀 쉬어보자. 그러려 한다. 그렇게 혼자 약속하기.



내 안의 한 줄

계절은 바뀌어도, 나만의 이야기들은 계속된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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