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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주지 말고, 그냥 해.

[D-352] 잘할라 수 있어. 아니고 그냥 '할 수 있어'

by Mooon

D-352. Sentence

잘할라 수 있어. 아니고 그냥 '할 수 있어'


@인간극장_엄마니까 할 수 있어.

잘할라 수 있어. 아니고 그냥 ‘할 수 있어’ 점점 눈이 보이지 않는 엄마의 이야기였다. 세 아들을 키우며, 아이들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궁금하다는 엄마. 조금 있으면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살아가는 엄마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엄마니까 할 수 있어.’라는 프로그램 주제를 듣고, 엄마는 자신에게 너무 필요한 말이라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던진 한 마디. 잘 할 수 있어가 아니라 그냥 할 수 있어. 이 대답에 나 또한 결국 눈물이 나왔다. 나에게도 너무나 필요한 이야기였기에.


언제나 잘하기위해 발버둥치며 살아왔다. 많은 사람들은 나를 완벽주의자라고 부른다. 완벽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최선을 다하고싶었다. 아무리 내가 최선을 다한다고해도 완벽할 수 없고, 늘 부족할 수 밖에 없기에. 그런데 ‘잘’ 하려고하니 순간순간 무기력해지기도한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지금 진행중인 지원사업 최종발표가 다음주에 있다. 다음주 화요일까지 최종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하고, 이를 위해 오늘 전문가 컨설팅이 있었다. 오전엔 프로젝트 최종보고서 수정작업과 오후엔 원주에서 수업이 있었기에, 오늘 컨설팅 준비를 못하다가 어제 늦은밤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 앞에 앉은 나. 참 풀리지 않았다. 머릿속만 복잡하고 생각은 많은데 막상 내 눈앞에 보여지는 PPT 작업은 영 마음에 들지않았다. 무언가 잡다해보이고, 명확하지 않았다. 결국 더이상은 안될 것 같아 새벽 1시쯤 마무리를 했다.


왜 그렇게 안풀렸나 되돌아보면 결국 내 마음이 명확하지않고 복잡했기때문이다. 늘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논문을 쓰고, 주어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사업이라는 것을 해보겠다고 몇달 전, 지원사업에 사업아이디어를 제출했었고, 최종선정되어 여기까지 왔다. 말할 수 없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나의 바닥을 경험했다. 왜 그렇게까지 못나게 굴었는지, 왜 그렇게밖에 반응할 수 없었는지 돌아보면 결국 잘 하고싶어서였다. 그냥 하면 될 일인데, 처음해보는 것이니까 그냥 가볍게 했으면 될 일이었는데, 잘하고 싶었다. 성과를 내고싶었고, 내가 투자하고 마음 쏟은 시간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잘 할 수 없다. 잘하려고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무엇이든 주저하게 된다. ’그냥 해.’라는 말이 결코 헛된 말이 아님을 다시 떠올려본다. 잘하려 들지말고, 그냥 하자. 잘할 수 없다고, 멈추지말고 그냥 하면 된다. 스스로 주문을 거는듯하다. 그래. 주문이라도 걸어보자는 심정이다. 내 한계를 뚫고 나가기 위해. 곧 막내가 하교를 한다. 나랑 베트민턴 치는 것을 좋아하는 막내와 쇼핑몰 스포츠센터에 가서 베드민턴을 함께 치기로 했다. 이 또한 재밌게 하면 될 일. 아들이가 좋아하는 그 순간을 기대하며 말이다.



내 안의 한 줄

잘하려는 힘을 빼면, 비로소 ‘할 수 있음’이 보인다.


매일의 감정이, 나를 설명할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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