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4. Sentence] 야만인들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
D-54. Sentence
"야만인들은 여행을 하지 않는다."
그저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거나
침략할 뿐이다.
남편이 보내준 '교보문고 오늘의 문장'이다.
올가 토카르추크가 말하는
야만인이란 누구를 의미하는가.
결국 감정과 마음 없이
자신이 정해놓은 목적만을 향해
로봇처럼 돌진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 아닐까.
유동성과 기동성, 환상성 중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환상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환상성으로 인한 움직임은 여행이 되고,
목표지향적인 움직임은 침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아들이 예비중 1을 앞두고,
내가 조심하고 경계하는 것 중에 하나는
목적지만을 바라보며 돌진하는
엄마가 되지 않는 것이다.
영어수학숙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오늘 단어시험은 몇 개를 틀렸는지.
빌려온 책은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목적만으로 아들을 대하게 될까.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함을
새삼 더욱 느끼는 요즘이다.
오늘은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는지.
오늘은 누구의 한마디에, 어떤 표정으로
울고, 웃었는지를
질문하는 사람다운 엄마가 되고 싶다.
오늘 오전에도
아들은 수학문제를 풀며
너무 어렵다고 자책하고,
수학문제를 향해 분을 쏟아내고 있었다.
순간,
거실테이블 의자에서 일어나
문제를 풀고 있는 아들에게 다가가
힘껏 백허그를 해주며
아들아, 힘내자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네, 엄마.라는
아들의 대답에서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야만인이 되지 말자.
그런 아들이 되지 않도록
그런 엄마로 아들을 대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자.
갑자기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여행가고 싶어지는
둘째 아들 하원, 1시간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