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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말 수고했어.

[D-75. Sentence] 할 수 있는 게 고작 서있는 것뿐일지라도

by Mooon

D-75. Sentence


"할 수 있는 게 고작 서있는 것뿐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버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배우 최강희-


전지적 참견시점_최강희

2017년부터인가..

우연히 원하던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강단에 섰던 그날을

아직 기억한다.


학교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학생들 앞에서

할 말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며

스스로에게 느꼈던 그 긴장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뒤로 둘째를 낳고 잠시 쉬었고,

다시 겸임교수로 지원하여,

감사하게 다시 학생들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때부터 지난 학기까지

새벽기차를 타고 학교로 내려가

9시간 연강을 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서울역에 도착하는 시간을

6년 동안 지속해 왔다.


올해로 임용기간이 만료되었고,

재임용을 위해 지원했는데.

오늘오후 재임용에 떨어졌다는 메일을 받았다.


다시 임용되기위해

만점에 가까웠던 강의평도,

2번의 우수교원 표창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 어느 학교보다 오랫동안

마음 다해 수업해왔기에.

상실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지금 내가 이 결과를 받아 들고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서 있는 것뿐이다.


후회 없이 열심을 다해왔던 시간들이기에.

갑자기 닥쳐온 마지막에도 덤덤하게

지금을 받아들이는 것뿐.


가르칠 수 있어서 감사했고,

배우고자 마음 다하는 예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서 고마웠고,

가르침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마지막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동안 정말 수고했어.

정말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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